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로 불리는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 문건 보도 및 유출과 관련해 청와대 관련 당사자들이 해당 언론사를 검찰에 고소하는 등 청와대가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8명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의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란 제목의 문건을 사진과 함께 보도한 세계일보 발행인과 편집국장, 사회부장, 기자 등 6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청와대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경위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문건에는 현 정부 비선 실세로 회자돼온 정씨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3명의 비서관이 외부에서 만나 국정정보를 교류하고, 김기춘 비서실장 등을 포함한 청와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8일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의 작성을 지시했다는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해당 언론사 기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김 실장은 '자신의 교체설의 배후를 조사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기사와 관련해 이는 사실이 아니며 그 누구에게도 지시한 바 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대리인이 오늘 오후 3시 30분 서울 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앞서 동아일보는 '김기춘, 교체설 조사 직접 지시했다'는 이 날짜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비선 실세' 의혹을 일으킨 청와대 문건유출과 관련, "문건은 비서실장 교체설의 진원지를 파악하라는 김 실장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김 실장은 이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후속조치를 하지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언론사 줄소송에 대해 "검찰 수사를 동원해 해당 언론사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들까지 위축시켜 후속 보도를 막겠다는 청와대의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문건 언론보도를 바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정적인 시각도 청와대가 반영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박 대통령은 세계일보 보도가 나온 직후인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보도 내용을 '루머'로 규정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난 7일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찌라시(사설정보지)'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하면서 문건을 보도한 언론사를 직접 겨냥,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를 한 후에 여러 곳에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런 일방적인 주장에 흔들리지 마시고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오찬 도중 일어나 승마협회 문제와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 실·국장 교체건에 대해 “이 문제는 태권도 비리에서 시작됐는데 (정윤회 씨 딸 관련) 승마로 와전됐다. 왜 청와대 홍보라인에서 그냥 방치했느냐”며 청와대 홍보라인 부실 대응을 질책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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