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해역이나 그 주변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의 수는 연간 최소 3000척 이상으로 추산되지만 잠정조치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우리나라에 신고사항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수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9일 해양수산부과 수산업계 등에 따르면 10∼12월 성어기를 기준으로 잠정조치수역에서 2000∼3000척 가량의 중국 어선이 조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어선은 감시가 어려운 야간이나 악천후를 틈타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넘어와 불법조업을 일삼고 있어 어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 맞서 조업하는 우리나라의 10t 이상 연근해 어선의 수는 2800척가량에 불과한 실정이다.
문제는 중국어선 숫자조차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해수부와 수협중앙회 등의 집계를 종합하면 남·북한의 EEZ 해역과 그 주변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의 수는 연간 최소 3000척 이상이며 최대는 중복 계산을 고려해도 4000척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해수부에 따르면 10∼12월 성어기 중국 어선 2천여척이 잠정조치수역에서 조업하고 있다. 또 양국 합의에 따라 매년 1600척의 중국어선이 우리 EEZ에 들어와 모두 6만t을 어획할 수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많은 어선이 기상상황이 나빠지거나 단속선이 자리를 비우는 틈을 타 불법으로 우리측 수역에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2010년 북한과 중국이 어업협약을 재체결한 후 중국어선이 동해안과 서해안 북한 어장에서 있다가 우리 수역으로 내려와 불법조업하는 바람에 피해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해수부는 올해 동해 북방한계선(NLL)으로 중국 어선 1800여척이 올라가고 1500여척이 내려와 현재 300척가량이 머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어선이 북한어장이나 러시아 해역으로 이동하는 길에 우리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거나 우리 어민들의 어망, 어구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서해 어장에서도 NLL 북쪽에서 중국어선이 하루에 200∼300척씩 조업하고 있어 불법 조업 우려가 있다는 것이 해수부 판단이다.
동해지방해양경비안전본부(옛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에 1326척이 동해안을 따라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수부는 중국 어선이 합법적으로 우리 수역에 들어와 잡는 연간 어획량이 척당 약 40t인데, 불법어선 2여척이 그만큼만 잡는다고 단순 계산해도 중국 어선의 불법 어획량이 최소 8만t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해수부는 2012년 기준으로 해양 어획물의 1t당 단가가 362만원임을 고려하면 연간 약 2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1t당 단가가 375만원을 넘으면 직접적 수산물 피해액만 3000억원을 넘는다.
일각에서는 해수부의 이같은 추계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견해다. 불법 조업어선들이 합법적으로 허가받은 양만큼만 조업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한국수산회 부설 수산정책연구소는 '중국어선 불법어업에 따른 수산부문 손실 추정' 보고서에서 우리측 불법조업 단속이 전혀 없다는 가정하에 2012년 기준으로 수산자원 감소에 따른 직접 피해규모를 67만5000t으로 추산했다.
이는 2012년의 우리나라 수산물 총 생산량 318만3000t의 21.2%, 연근해어업 생산량의 61.9%에 해당하며 이에 따른 연간 평균 손실규모는 1조3500억원에 이른다.
연구소는 잠정조치수역에서 활동하는 중국어선의 50%인 1000∼1500척이 불법조업을 했을 것으로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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