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박재홍·이소현 기자 = 현대차그룹의 중국 사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현대속도'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화려했지만 지금은 깊은 수렁에 빠진 듯 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2년 현대차가 중국에 첫 진출한 뒤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하이스코, 현대캐피탈 등 계열사들이 중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며 결실을 맺고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지난 11월까지 중국 진출 후 누적 판매 938만4120대를 기록, 10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02년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이후 12년 만에 단일 국가 1000만대 판매는 한국·미국에 이어 중국 시장이 세 번째다.
판매 비중 면에서도 중국은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량의 4분의 1에 육박한다.
중국에서의 성공적인 10년을 보낸 현대차그룹은 또 다른 10년을 준비해야했다. 이에 큰 형님인 현대차가 나섰다.
현대차가 눈을 돌린 곳은 중국 중서부지역. 2002년 현대차가 베이징기차와 합작해 공장을 설립할 당시 동부연안 위주의 성장 정책에 발맞췄다면 지금은 '서부대개발'이라는 화두가 된 중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반영할 필요성도 주효했다.
하지만 중국은 현대차에게 더이상 예전처럼 우호적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과거 중국이 WTO 가입 후 최초로 중앙정부의 정식 비준을 받은 자동차 기업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이 있었다. 이후 중국 중앙정부 및 북경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중국에 진출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단적인 예가 바로 현대차 4공장이다. 앞서 현대차는 중국 정부의 서부대개발에 발맞춰 일찌감치 충칭을 4공장 후보지로 점찍어 놓고 공장 설립을 위해 일을 진행해왔다. 지난 3월에는 정몽구 회장이 직접 충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대차로서도 이렇게까지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리라고는 예상을 못했다.
지난 6월과 7월에 연이어 열린 한·중 정상회담 이후에는 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현대차의 기대와 달리 중국 4공장에 대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11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 등 정부 관계자들이 다시 한 번 만났지만 상황은 변한게 없었다. 급기야 정몽구 회장은 지난 4월 물러난 ‘중국통’ 설영흥 전 부회장을 최근 다시 불러들여 난제를 해결하라는 임무를 맡겼다.
일각에서는 현대차에 대해 중국 정부가 길들이기를 넘어 규제를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실제로 얼마 전 중국 정부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크라이슬러 등 외국 자동차회사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다.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에도 벌금을 매겼다. 외국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제동을 거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식으로 현대차그룹에도 차이나 규제 리스크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규제 리스크는 향후 부품, 금융, 철강, 철도 사업 전반에 걸쳐 확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정몽구 회장이 어떤식으로 이 난제를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회장이 이 같은 과제를 풀지 못하면 현재와 같은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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