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일국 "'나는 너다', 삼둥이 태어나기 전후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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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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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나는 너다' 송일국[사진제공=샘컴퍼니]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새순이 나오는 듯 하면 순식간에 자라는 커피나무가 있는가하면 추운 지방에서 아주 천천히 자라는 자작나무도 있다. 어떤 나무가 더 좋은 나무, 더 튼튼한 나무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천천히 자란다고 해서 싹을 베어버리지는 않는다는 거다.

1998년 MBC 2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배우 송일국(43)은 지난 16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드라마 '햇빛 속으로'와 '거침없는 사랑', '보디가드', '애정의 조건'을 거치면서 다져진 연기력은 2006년 드라마 '주몽'에서 빛을 발했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와 '강력반' 이후 이렇다할 작품이 없었던 송일국은 최근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대중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욕심부리지 않았다. 쏟아지는 러브콜 속에서도 연극 '나는 너다'(연출 윤석화)를 선택하면서 조급함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송일국은 천천히 자라고 있었다. 마치 자작나무처럼.

송일국은 '나는 너다'에서 안중근과 그의 아들 안준생 역을 맡아 1인 2역을 연기한다. 2010년 출연한 이후 4년 만에 같은 작품, 같은 역할로 돌아왔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연기를 주로 했던 그의 연기의 깊이는 더 깊어졌고, 눈빛은 더 또렷해졌다. 부드러웠던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갔고, 혼자서도 극 전체를 이끌 수 있을 만큼 힘은 더욱 강해졌다. 온전히 송일국이기에 가능했다.
 

연극 '나는 너다' 송일국[사진제공=샘컴퍼니]

# '나는 너다', 삼둥이가 태어나기 전 후로 나뉜다.

2010년 초연 당시 공연을 할 때마다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송일국은 하나도 둘도 아닌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래서 송일국의 삶은 '나는 너다' 전과 후로 나뉜다. 삼둥이(대한, 민국, 만세)를 갖기 전과 후,  4년 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도 '나는 너다'는 피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나는 너다'는 저에게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에요. 배우로서도 다시 태어나게 해준 작품이고, 저를 아빠로 만들어준 작품이죠. 2010년 연극이 끝난 직후에 아이가 생겼어요. 함께 기도해준 배우 11명은 동료가 아니에요. 아이들에게는 삼촌과도 다름없어요."

"그만큼 이 작품은 저에게 의미가 남다르거든요. 그래서인지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재공연한다고 했을 때도 힘들 걸 알지만 용기를 내서 한 번 더 도전하게 됐죠. 이제는 딸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할 정도에요. 하하."

조선 침략의 원흉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고 일본에 의해 사형당한 안중근 열사와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면서 친일로 돌아선 안중근 열사의 아들 안중생. 송일국은 역사 속 실존 인물, 그리고 극과 극의 두 인물을 연기함에 있어 고민이 많았다.

영웅으로서의 안중근을 연기하는 것보다 아버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안중근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했다는 송일국. 게다가 무대는 4년 만이라 연기의 감을 찾는데는 더 오랜 시간과 연구가 필요했다. 삼둥이의 아빠가 된 후에 만난 안중근은 더 큰 부담이었다. 

"삼둥이가 태어나고 나서 인간 안중근, 아버지 안중근, 아들 안준생을 연기하는 데 더 고민이 많았어요. 아버지나 아들의 감정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은데, 그렇게 된 데는 삼둥이의 역할이 크죠. 아이가 없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이해가 되요. 표현력이 더 풍부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연극 중간에 '만세, 만세, 만세여'라는 대사가 있어요. 하하. 공교롭게도 제 아들의 이름과 같죠. 첫 연습때는 웃음이 터져서 제대로 못할 정도였어요. 만세가 연습실에 놀러온 적이 있었는데 더 이상하더라고요. 근데 아이들은 제가 무슨 연기를 하는지 몰라요. 그냥 봉을 가지고 열심히 놀다가 가는 정도에요. 조금 더 크면 제 일에 대해서 이해하지 않을까요?"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자, 김두한의 외손자라는 수식어는 송일국이 태어날 때부터 따라다녔던 꼬리표다. 혹자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온전히 삼둥이의 몫으로도 남았다.

"저의 가정 배경이 부담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어머니는 늘 '조상 이름이 먹칠하는 짓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셨고요. 제가 아무리 사고를 치고 다녀도, 시험 전날까지 텔레비젼을 보고 있어도 아무말씀 안하시던 어머니가 유일하게 했던 잔소리가 그거에요. '조상'이요. 삼둥이에게는 그런 부담을 주고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겠죠. '너 이렇게 살아야해'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어머니를 닮고 싶은 마음 뿐이에요."

송일국은 연기함에 있어서 세 아이를 가장 먼저 염두했다. 대한, 민국, 만세가 걸어가야 할 길을 먼저 걷는 것 뿐이라는 송일국. 어느새 아버지가 된 그가 연기할 '아버지' 안중근이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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