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그룹 에픽하이(타블로, 투컷, 미쓰라)는 만족도에 대해 서슴없이 ‘100프로’라고 말했다. 이는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자 결과물에 대한 확신이다.
2012년 7집 ‘99’ 발매 후 8집 지난 10월 21일 발매한 ‘신발장’에는 더블 타이틀곡 ‘헤픈엔딩’과 ‘스포일러’를 비롯해 ‘막을 올리며’, ‘부르즈 할리파’, ‘신발장’ 등 총 12곡이 담겼다. 피처링에는 다이나믹 듀오 개코, 빅뱅에 태양, 윤하, 넬의 김종완 등이 참여했다.
만족도는 결과로 나타났다. 앞서 김동률, 서태지를 제치고 1위 탈환과 더불어 수록곡들도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에픽하이를 만나 소감을 들었다.
공백기의 2년 동안 수없이 많은 곡을 만들고 뒤엎었다. 그리고 몇 곡만을 ‘엄선’해 이번 앨범에 실었다. 기준은 “바쁜 현대인들의 한 시간을 온전히 빼앗을 수 있을만한 곡”이었다.
“돈보다 시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살 수 없잖아요. 온전히 우리에게 1시간을 내주는 건데 그 가치에 합당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버린 노래 중에는 좋은 곡들도 있지만 앨범 흐름상 제외하기도 했습니다.”
에픽하이는 2011년 대형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의 전속계약을 하며 큰 변화를 맞이했다. 그러나 계약 후 처음 발매한 8집 ‘99’는 에픽하이가 변질한 게 아니냐는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물론 전작에 대한 평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 앨범을 좋아하는데요?(웃음). 가끔 듣기도 해요. 이번 앨범에 대한 부담감은 오히려 적었어요. 기대치가 그만큼 떨어졌으니까요. 타블로가 처했던 아픔과 느낌을 종합해서 담담하게 그려내서 그런지 마음도 편하고요.”
YG 양현석 대표는 타블로의 이번 앨범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심지어 완성 전 노래도 들어보지 못했단다.
“우리가 하도 곡을 들려주지 않으니, 나중에는 직업 ‘들려달라’고 화를 내기도 했어요. 그러나 단호히 거절했어요. 완성되지 않으면 절대 공개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몰래 한 두 곡 들어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사장님에게는 정말 감사해요. 우리를 위해 따로 작업실을 내 줄 정도로 배려를 해주셨거든요. YG 사옥 내 녹음실이 있지만, 혹여나 음악에 영향을 미칠까 봐 비용을 더 지불해서 다른 곳의 작업실을 내주기도 했어요.”
앞서 투컷이 말했던 것처럼 타블로는 큰 풍파와 맞닥뜨려야 했다.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와 학력위조를 둘러싼 논쟁을 이어오던 중 아버지를 여의고 여론과 힘든 싸움을 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느낀 감정을 앨범에 담은 것 맞아요. 오만가지 감정을 담았지만 유일하게 ‘분노’는 없어요. 마지막 수록곡 중 ‘라이프 이즈 굿’에서 말하듯 행복이 곧 복수라고 생각하거든요. 웃는 내 가족의 모습이 적의 피눈물보다 보기 좋더라고요.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들을 앨범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행복은 현재 출연 중인 KBS2 ‘슈머팬이 돌아왔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인 배우 강혜정, 슬하의 딸 하루와 알콩달콩한 일상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태어났는데 ‘연애와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 있냐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지금 딸과 연애하는 기분이에요. 해외 공연으로 일주일 정도 떨어져 있으면 눈물이 난다니까요. 일한다고 즐거운 시간을 자주 못 보내는 못난 아빠라고 생각을 하니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오히려 깊이 있게 쓸 수 있더라고요.”
소중함을 알면 잃는 아픔도 안다는 말처럼 에픽하이에게 가족은 감정의 확장이고 또 다른 영역이다. 아직 싱글인 미쓰라진은 “이제는 좀 결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