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연구단체가 체세포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역분화하는 과정의 비밀을 밝혀냈다.
11일 서울대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는 연구소가 참여한 다국적 줄기세포 연구 컨소시엄인 ‘프로젝트 그란디오스(Project Grandiose)’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0일자(영국시간 기준) 온라인판에 유도만능줄기세포의 역분화 과정을 밝힌 논문 5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그란디오스는 캐나다 토론토대 안드라스 나지 교수팀을 중심으로 서울대와 호주, 네덜란드 등 4개국 47명의 연구원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으로 2010년부터 체세포가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역분화하는 과정을 전사체, 후성유전체, 단백질체 등으로 나눠 연구해왔다.
후성유전체 연구를 맡은 서울대 연구팀은 역분화에서 DNA 탈메틸화가 핵심적인 후성유전학적 스위치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논문 등 5편의 논문 중 4편에 교신저자·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차세대 유전체 분석 기술을 사용해 DNA 염기별 메틸화 수준을 측정한 결과 체세포에 모든 종류의 세포로 성장할 수 있는 전분화성을 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 조절이 탈메틸화 스위치로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메틸화와 탈메틸화는 유전자 활성화와 정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초기 역분화 단계에서는 전사인자 결합 부위에 좁은 탈메틸화가 일어나지만 후기 역분화 단계에서는 수만개의 염기에 폭넓은 탈메틸화가 이루어지면서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만들어진다는 것도 규명했다.
초기 단계 탈메틸화만 일어날 때는 배아줄기세포와 똑같지는 않지만 전분화성을 가진 새로운 종류의 유사만능줄기세포 ‘F-클래스’ 줄기세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F-클래스 줄기세포는 기존 유도만능세포보다 짧은 시간에 상당히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어 암을 비롯해 시각장애,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당뇨병, 혈액·신장 질환 등 퇴행성 질환의 맞춤형 치료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정선 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DNA 탈메틸화가 체세포에 전분화성을 부여하는 후성유전학적 스위치로서 역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며 “새로 밝혀진 F-클래스 유사만능줄기세포의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후속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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