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해왔던 LG전자는 가성비를 앞세운 현지 업체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뒤늦게 시장 맞춤형 중저가 제품 라인업을 보강하고 대응에 나섰지만, 프리미엄이든 보급형이든 소비자에게 확실히 각인된 브랜드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점이 실적 변동성 요인으로 꼽힌다.
◆알짜 시장 다 놓쳤다
중국내 LG전자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0위권 안에도 못든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스트 조사 결과, 중국에서 스타 제조사가 된 샤오미는 지난 3분기 LG전자를 제치고 세계 3위에 올랐다.
TV 시장에서도 중국 후발기업의 추격이 매섭다. LG는 삼성과 더불어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중국에선 하위권이다. 디스플레이서치가 집계한 3분기 중국 TV 시장 점유율은 하이센스(16.1%), 스카이워스(14.4%), TCL(12.4%) 등 중국 업체들이 선두그룹을 형성했고 LG전자는 9위(3.6%)에 머물렀다. 차세대 UHD TV 시장에서도 LG전자는 15%(2위)의 점유율로 하이센스(10%)에게 턱밑을 허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중국과 더불어 인도에서도 부진해 중저가 신흥시장에서의 사업전략에 결함을 드러냈다. LG전자는 5년 전엔 인도에서 가장 큰 전자업체였지만 이후 삼성이 크게 성장한 반면 LG는 정체됐다. 인도 사업등기소에 따르면 삼성의 인도 매출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42.9%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LG는 0.54%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서는 LG전자의 인도 스마트폰 점유율이 올 3분기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조차도 전년동기 1.4%에서 떨어진 수치다.
이에 전문가들은 LG전자가 현지에서 드물게 프리미엄 제품을 고집한 것이 실패요인이라고 분석한다. LG도 최근 보급형 모델을 확충하며 중저가 대응에 돌입했다.
하지만 애플이나 샤오미 등 요즘 호실적을 내는 업체들은 모델 수가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또한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모델 수가 적으면 그만큼 낭비가 적고 운영 효율이 올라가며 소비자로부터 기억되기 쉬운 장점이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브랜딩에서 드러난다. 트렌드포스가 지난 2분기 중국 시장 스마트폰 브랜드 인지도를 조사한 바, 8위 안에 LG의 이름은 없었다. 삼성, 애플이 선두이고 3위는 화웨이나 레노보도 아닌 샤오미였다. 이들 3사는 확실한 브랜드 색깔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 소송전 이후 라이벌 구도가 부각돼 홍보효과를 얻었다. 소송이 촉발된 시점부터 삼성전자가 세계 1위까지 고속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이후에도 아이폰을 견제하는 광고 등을 통해 라이벌 구도를 부각시키고 있다.
샤오미는 ‘중국의 애플’ 이미지로 자국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었다. 레이 쥔 사장이 스티브 잡스처럼 청바지와 검은 티셔츠를 입고 신제품을 소개하는 것은 유명하다. 이후 샤오미는 독자적인 ‘MIUI’ 생태계를 구축해 애플처럼 막강한 팬덤을 형성했다. 즉, 브랜딩이 충성고객을 확보하며 호실적을 거두게 한 비결이 된 것이다.
옵티머스G로 성공했다가 G2로 실패하는 등 들쑥날쑥한 LG로서는 이러한 팬층이 절실하다. G3는 세계 최초 QHD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고해상도에 따른 배터리 문제도 해결, 기술적 호평을 받아 성공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후속작에도 흥행을 이어갈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평을 받는다.
결국 LG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브랜딩이 가장 큰 과제로 보여진다.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를 저술한 홍성태 교수는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차별성을 인정받느냐’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뇌를 훔치는 사람들’의 저자 데이비드 루이스는 “브랜드는 소비자의 무의식을 장악해 제품 선호도를 좌우한다”며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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