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연말정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여야의 ‘디테일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인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가 얼마 남지 않는 데다 여야가 공무원연금과 자방(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 빅딜을 전격 합의, 정치적 명운을 건 이들의 ‘건곤일척’ 승부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정윤회 파동 이후 한국 정치의 상수인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정국이 소용돌이 국면으로 진입하자 여야 내부에선 ‘밀리면 죽는다’라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정국주도권이 ‘인물 구도’와 ‘전선 구도’의 양대 축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정국이 새 국면을 맞게 된 셈이다.
정윤회 파동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정국 파장 불가피한 상황에서 논란의 불씨만 남긴 공무원연금과 자방 국조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이슈’로 돌변한 터라 상대의 수를 미리 판단해 공격 지점을 차단하는 ‘디테일 싸움’이 여야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얘기다.
◆ 與野, 朴대통령 놓고 ‘창과 방패’ 대결 본격화
11일 여야는 자신들의 공격무기를 앞세워 ‘강(强) 대 강(强)’ 대결을 예고했다. 공무원연금과 자방 국조의 빅딜 성사로 1차 ‘이슈 분산’에 성공한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속도전을 예고했다.
또한 전 세계가 저성장·저물가에 따른 디플레이션에 처했다며 “지금이 경제 살리기를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3.5%로 당초 정부 전망치보다 0.3%포인트를 낮춰 잡았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같은 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빅딜에서 빠진 4대강 사업을 언급하며 “국정조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말한 뒤 정윤회 게이트와 관련,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치기 위해 개헌특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쌍끌이 공세’에 나섰다.
주목할 대목은 굵직한 이슈들이 한데 섞인 연말정국에서 박 대통령이 여야 핵심 전략의 ‘부분집합’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마지막 승패는 박 대통령을 놓고 벌이는 창과 방패의 대결에 따라 결정된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핵심 승부처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40%대 지지율을 굳건히 지켰던 박 대통령은 정윤회 파동 이후 레임덕 판단기준인 ‘마의 40%대’ 지지율조차 흔들리고 있다. 한국갤럽의 12월 첫째 주 정례조사(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 42%까지 하락한 박 대통령은 일부 여론조사의 일간 집계에선 40%대 아래로 추락했다.
◆ 승부지점은 朴대통령 지지율 ‘40% 지지대’
비선정국에서 빅딜 카드를 끄집어낸 새누리당이 이날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인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의 속도전을 천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누리당의 최상의 시나리오는 검찰이 ‘십상시’ 회동에 대해 ‘근거 없음’으로 처리한 직후 청와대와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 및 경제활성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에는 현재 결정적 ‘한방’을 못 찾는 범야권의 공격을 ‘정쟁’이란 정치 프레임에 가둘 수 있다는 셈법이 깔렸다.
지난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우종일 문체부 체육국장이 김종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는 쪽지를 건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반(反)정치화를 노리는 ‘정쟁 프레임’이 야권에 타격을 줄 수는 있어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 제고를 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으로선 국조 협상 과정에서 룰 선정의 ‘타이밍’과 ‘위기관리변수’ 등 디테일을 잘 살려야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야권의 최상의 시나리오는 ‘정윤회 문건의 게이트 격상→자원외교 국조 고리로 이명박근혜 프레임 제기→이를 발판 삼아 4대강 국조 요구로 공무원연금 개혁 시간 끌기’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연결고리를 치는 것이다.
문제는 ‘원샷원킬’ 본능이 없어진 야권이 계속 의혹만 제기한다면, ‘정쟁 프레임’에 갇히면서 모든 전략이 정략적 공세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연말정국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저하와 2015년 2·8 전국대의원대회(전대)를 둘러싼 친노(親盧·친노무현)계와 비노(非盧·비노무현)그룹의 갈등까지 불거질 경우 ‘반(反) 박근혜’ 프레임 공세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승부처인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세와 관련, “민생이 어려우면서 그간 정부를 관망한 중도보수층과 50대가 정윤회 파동으로 이탈하기 시작했다. 지지율은 더 하락할 것”이라며 “다만 그 계층이 무기력한 야당으로 가기 보다는 부동층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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