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GS칼텍스가 기름 유출량을 대거 축소하는가 하면 허위 정보 제공, 방제작업 방해, 위험물질인 나프타 유출 사실은폐 등 조직적으로 은폐한 행태가 밝혀지면서 지역민들은 겉 다르고 속 다른 부도덕성에 실망하고 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판결문을 통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국가적인 재난 사고인데도 GS칼텍스는 사고를 축소 은폐하면서 오염방제의 골든타임(Golden Time)을 놓치게 됐다며 GS칼텍스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문제는 GS칼텍스가 사고 초기인 지난 1월 31일 오전 11시께 대책회의를 열고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기름의 유출량과 유종을 축소·은폐하기로 하고 800ℓ(4드럼)의 원유만 유출된 것으로 발표했다.
특히 인체에 매우 해로운 나프타가 유출된 점을 숨기려고 재고관리프로그램을 조작해 조사에 나선 공무원들이 유출량을 파악할 수 없게 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인근 주민과 자원봉사자 등 464명이 구토, 두통 등의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고, 이 가운데 18명은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초동방제가 핵심인 해양오염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축소시키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만으로도 GS칼텍스가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있는 최고의 기업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GS칼텍스는 그동안 윤리규범을 제정해 투명경영과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왔다. 특히 여수지역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사회공헌 활동 등 그 어느 기업보다 활발히 펼치는 등 지역사회와 상생발전을 노력해 왔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불리한 것을 숨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한 순간의 실수(?)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는 누구보다 당사자인 GS칼텍스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다른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신뢰도 추락에 따른 무형(無形)의 손실은 돈으로 셀 수 없다. 그간 쌓아왔던 신뢰가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GS칼텍스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크다고 하지만 안타까울 뿐이다.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걸음 더 도약할 수도 있다. GS칼텍스는 이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철저한 자기반성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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