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중국 인민은행이 주요 국책은행인 중국개발은행을 통해 지난 10일부터 4000억 위안(71조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단기자금 시장에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앞서 지난 9월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를 통해 중국 5대 은행에 각각 1000억 위안씩 총 5000억 위안의 자금을 3개월간 공급키로 했다. 이어 10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2695억 위안을 투입했다. 이번 유동성 공급은 앞서 9월 단행한 3개월 만기 자금 시효가 이달 18일 끝나는 점을 고려한 선제조치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중국 증권시보(證券時報)는 소식통을 인용, 인민은행이 신규 대출 목표치를 10조 위안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 9조5000억 위안에서 5000억 위안 증가한 규모다.
이같은 일련의 조치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베이징에서 사흘간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내년 통화정책과 관련해 신축성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즉,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 인하 보다 더욱 신축적이고 유연한 통화정책으로 경기 둔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지난달 21일 2년4개월 만에 '금리 인하'라는 깜짝 통화완화책을 꺼내든 인민은행이 최근 중국 대형은행들의 지준율 인하 압박까지 받으면서 더욱 강력한 경기부양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금주 내로 지준율 인하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도 비중있게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베이징의 한 경제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내린 것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르면 올해 안에 지급준비율이나 기준금리 중 하나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셴지안광 미즈호증권 홍콩지사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이번 유동성 투입 조치와 주식시장 상승세를 감안하면 이달 지준율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인민은행은 유동성 공급, 대출목표치 확대 등 사안에 대해 어떠한 공식확답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경기후퇴 위기감에 대응한 이같은 조치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그간 중국정부가 '뉴노멀(신창타이)'을 외치며 저성장 기조 수용의지를 밝힌 것과는 상반대는 방향성을 띄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WSJ은 인민은행의 이런 일련의 조치가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간 개혁을 강조해온 중국 지도부가 부양 기조로 복귀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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