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인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범야권이 연일 정윤회 파동을 고리로 파상공세를 펴면서 연말정국의 최대 현안인 공무원연금 개혁 등의 브레이크를 예고, 박 대통령의 장점은 가려지고 단점은 부각되는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국민과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는 집권 3년차 때 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 등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미증유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 “(검찰이) 짜 맞추기 수사로 끝내려면 특검과 청문회, 국정조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여기에 외신들이 연일 박근혜 정부의 언론자유 퇴보 등을 집중 부각,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든 ‘외치효과’도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실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언론인들, 한국정부의 언론 탄압이 두렵다(In South Korea, journalists fear a government clampdown on the press)’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현 정부가 언론에 고소를 남발해 언론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윤회 파동에 궁지 몰린 朴대통령, 개혁이미지↓
위기는 수치로 드러났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와 중앙일보 종합방송편성채널인 ‘JTBC’의 월간(11월)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만족하는 층은 그 이유로 △소신 있는 국정운영 △공무원연금 개혁 △외치 등을 꼽은 반면 불만족 계층은 △불통 등 대통령의 리더십 △권위주의적 국정운영을 꼽았다.
세부사항을 보면, 박 대통령의 ‘2014년 국정운영’에 만족한 응답자 3419명(전체 응답자의 40.2%)을 대상으로 만족 이유를 질문한 결과, ‘소신 있는 국정운영’이 22.4%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국가재정 건전성 향상 노력(19.8%)’ > 국익 증진 외교(18.0%)’ > ‘창조경제·규제완화 경제성장 정책(13.0%)’ 등의 순이었다.
이어 ‘원칙 있는 대북정책(11.2%)’ > ‘공권력 강화를 통한 사회질서 유지(4.9%)’ > ‘서민의 경제적 삶의 질 향상(4.8%)’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는 1.6%, ‘잘 모름’은 4.3%였다.
지역별 조사에선 소신 있는 국정운영을 1위로 뽑은 지역은 △서울(28.0%) △충남(24.6%) △대구(24.5%) △경북(21.6%) △부산(21.7%) △울산(28.3%) 등 6개 지역이다. 중도층이 많은 서울과 정통적인 보수 기반인 영남권에서 박 대통령의 소신 있는 국정운영에 대해 지지를 보낸 셈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박 대통령 지지 이유로 든 지역은 △인천(22.9%) △강원(23.4%) △대전(28.0%) △세종(25.1%) △경남(23.4%) △광주(18.0%) △전남(24.7%) △제주(22.8%) 등이었다.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쥔 중부권과 야권 성향인 호남 지역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등 재정건전성을 위한 노력을 꼽은 셈이다. 국익 증진 외교’가 1위인 지역은 △경기(23.5%) △충북(21.1%) △전북(21.0%) 등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연령별 조사 결과다. △20대(20.2%) △40대(28.3%) △50대(26.9%)에서는 ‘소신 있는 국정운영’, 60세 이상(21.7%)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국가재정 건전성 향상’ △30대(18.9%)에서는 ‘국익 증진 외교’를 박 대통령 국정운영 만족의 이유로 꼽았다.
정윤회 파동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중도보수층인 50대 지지율 이탈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등이 브레이크에 걸릴 경우 이들의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지지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朴 대통령 불통 이미지↑…지지율 하락하나
반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 이유로는 △부정·방만한 정부관료제 △권위주의적 국정 △서민 삶 퇴보 등이 꼽혔다.
세부적인 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2014년 국정운영’에 불만족한 응답자 4372명(전체 응답자의 51.5%)을 대상으로 한 불만족 이유 질문에서 ‘말뿐인 부정·방만한 관료조직 혁신’이 21.2%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국민의 뜻에 반하는 권위주의적 국정운영(19.7%) △서민의 경제적 삶의 질 퇴보(15.1%) △언론·표현·사상 등 정치적 자유 퇴보(12.4%) △친대기업적 경제성장 정책(10.4%) △농산물 FTA(자유무역협정) 등 외교에서의 국익 손실(8.4%) △신뢰 형성을 저해하는 대북 강경책(4.0%) 등의 순이었다. ‘기타’ 5.3%, ‘잘 모름’은 3.5%였다.
‘말뿐인 부정·방만한 관료조직 혁신’에 대한 불만은 △서울(18.5%) △경기(25.9%) △대전(21.6%) △대구(22.0%) △경북(35.1%) △경남(26.5%) △울산(31.9%) △전북(21.1%)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로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자리 잡은 관피아(관료+마피아) 등에 대한 비토 심리가 전국적으로 퍼진 셈이다.
‘국민의 뜻에 반하는 권위주의적 국정운영’은 △인천(25.3%) △강원(25.7%) △충남(26.4%) △충북(23.7%) △부산(27.6%) △광주(20.9%), ‘언론·표현·사상 등 정치적 자유 퇴보’는 △전남(17.9%) △세종(24.2%), ‘서민의 경제적 삶의 질 퇴보’는 △제주(23.7%)에서 각각 1위를 기록했다.
세대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20.3%) ‘언론·표현·사상 등 정치적 자유 퇴보’ △30대(24.9%) ‘국민의 뜻에 반하는 권위주의적 국정운영’ △40대(23.8%)·50대(25.1%)·60세 이상(20.6%) ‘말뿐인 부정·방만한 관료조직 혁신’ 등의 분포를 보였다.
박 대통령이 정윤회 파동을 조기에 수습하고 공무원연금 개혁과 실질적인 경제활성화 등 난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불통 리더십 △정부 관료화 △권위주의적 국정운영 등에 대한 비토 심리만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달 27∼30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8500명을 대상으로 유선 임의걸기 및 자동응답전화 방식을 통해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1%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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