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 코스피가 모처럼 오름세로 돌아서며 기술적인 반등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외국인 이탈이나 임박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회의를 감안하면 상승세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12일까지 한 주 동안 1986.62에서 1921.71로 3.27%(64.91포인트) 떨어졌다. 지수는 11일까지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며 1916.59까지 밀리기도 했다. 반면 12일은 닷새 만에 반등하며 1920선을 되찾았다.
◆외국인 사흘 연속 1조 순매도
문제는 외국인이다. 12일까지 3거래일 만에 약 1조9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9일만 해도 외국인은 11월 이후 누적 순매수액이 2조3000억원을 넘어섰으나, 사흘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유가 추락으로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미국 달러화 가치는 가파르게 뛰어오르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서 돈을 빼내는 이유다.
여기에 제일모직이 10~11일 공모주 청약으로 30조원 이상을 끌어모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일모직은 오는 1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공모가(5만3000원)만 지켜도 단숨에 시가총액 35위로 올라선다. 국내외 기관이나 개인이 미리 갈아타기에 나서며 매물을 내놓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추락한 주가는 되레 호재
지수가 단숨에 1910선까지 추락했던 점은 되레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반발 매수에 나선 기관은 12일까지 2거래일 만에 약 4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주요 증권사도 대내외 악재가 이미 증시에 선반영됐다며 완만한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최근 선물·옵션 동시만기나 중국 유동성 통제, 그리스 조기 대선 여파로 크게 조정을 받았다"며 "그러나 이런 악재가 장기화될 소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되레 악재가 정점을 지난 가운데 코스피가 1950선 안팎까지는 기술적인 반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기업을 위협하고 있는 엔저 문제가 더 나빠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저가 심화된 게 사실이지만, 일본이 엔화 약세를 더 용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국가 부채는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고, 내수악화 속에 국가 신용등급마저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 센터장은 "우리 증시는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고, 일시적으로 1900선을 밑돈다면 적극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16~17일 FOMC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은 있다. 현지 언론은 이미 "상당기간 초저금리 유지"라는 문구를 이번 회의록에서 삭제할 것으로 점친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구체화하면서 주요국 금융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OMC 회의가 임박한 가운데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