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오후 조양호 한진그룹회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각각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와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박재홍·이소현 기자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태의 파장이 지속되면서 여론의 관심과 비판의 화살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오너일가로 까지 옮겨가고 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뒤늦게 직접 사과하며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비행기에서 내린 해당 사무장이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욕설과 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하고, 사건 당시 함께 일등석에 타고 있던 승객의 증언까지 나오면서 사태는 '진실공방'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14일 검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번 '땅콩 리턴' 사건과 관련해 조 전 부사장을 조만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사건 당시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했던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건 당사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은 지난 12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욕설과 폭행을 당했고, 귀국 이후 대한항공으로부터 거짓진술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건 당시 일등석에 함께 탑승하고 있던 승객 박모 씨 역시 검찰 진술에서 조 전 부사장이 고성과 함께 승무원의 어깨를 밀치고 서류철을 던졌다고 진술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의 증언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무릎을 꿇은 채 매뉴얼을 찾는 승무원을 일으켜 세워 약 3m가량을 밀었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같은 날 국토교통부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폭행 및 거짓진술 여부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 소환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진술과 대한항공의 사과문 발표 등이 허위임이 드러날 경우 대한항공은 오너 경영체제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최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단순히 조 전 부사장의 행실 문제에서 대한항공의 도덕성으로 문제의 초점이 옮겨지면서 대한항공의 오너로서 한진그룹을 책임지고 있는 조 회장도 직접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직접 공식 석상에서 사과하긴 했으나 일주일이나 지난 뒤 사과가 이뤄졌다는 점과 사건 초기 "조 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며 사건의 책임을 승무원에게 넘기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점 등도 비판여론을 진정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한항공은 우선 늦었지만, 이번 사태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사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전 박 사무장과 승무원의 자택에 직접 사과하기 위해 찾아갔으나 둘을 만나지 못하고 쪽지만 남기고 돌아왔다고 대한항공 측은 전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직접 사과하러 찾아간 것이고, 만나지 못해 '직접 사과를 전하러 왔으나 만나지 못해 다시 찾겠다는 내용'의 쪽지를 남겼다고 들었다"며 "조 전 부사장은 앞으로 직접 사과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사무장과 승무원을 찾아갈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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