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일명 코코본드)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려던 은행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규제 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당초 예상보다 투자자들의 수요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코코본드 발행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가 당초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당초 2000억원 규모로 코코본드를 발행하려던 계획을 변경했다. 수요 조사에서 청약 희망자가 적어 계획보다 400억원 줄인 1600억원 규모로 코코본드를 발행키로 결정했다.
JB금융도 앞서 지난 9월 코코본드 2000억원을 공모했지만 528억원만 청약 접수되며 대규모 미매각분이 발생했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의 경우 1527억원 한도에 55억원만 들어오면서 경쟁률이 0.036대1에 불과했다.
코코본드는 평소에는 채권이지만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원리금이 상각되는 조건이 붙은 채권이다. 지난 2008년 은행의 자본 요건을 강화한 바젤Ⅲ가 도입되면서 후순위채권이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서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코코본드가 주목받고 있다.
코코본드가 부진한 데는 규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개인 투자자 뿐만 아니라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도 제한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 비율을 계산할 때 코코본드를 보유하고 있다면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위험수준을 8%로 일괄 적용토록 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코코본드를 만기와 신용등급에 따라 2~8%의 가중치를 두어 차등 적용했다. 위험가중치 8%는 주식에 준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보험사들이 코코본드에 대한 관심을 접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개인 투자자의 직접 투자를 막고 있다. 구조가 복잡하고 위험 수준이 높아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우리은행의 코코본드는 안정성 대비 높은 수익률로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당국에서 코코본드에 높은 수준의 위험가중치를 부과하면서 보험사들의 관심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코코본드 흥행이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자 내년에 은행들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내년 은행의 조건부자본증권이 만기 도래하거나 상각되는 규모가 3조8000억원이다. 하락분만큼 은행들이 자본금 확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로서는 코코본드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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