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기업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확대론'이 국제 유가 하락 장기화의 영향으로 빛을 잃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0여년간 연구·개발(R&D)을 통해 선보인 '모델S'로 단기간에 전기차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짧은 주행거리에 대한 고민을 대형 세단 전기차에 소형 리튬이온 전지를 탑재해 해결했고, 충전의 불편함도 새 사업 모델로 극복해 냈다.
15일 LG경제연구원은 '테슬라의 도전 vs. 거센 견제, 전기차 혁신 빨라진다'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는 전기차의 가치사슬을 내재화하고 판매 규모를 확대하며 자생적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면서 "테슬라가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미 전지 및 충전 사업에 진출해 전기차 모델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도 자사의 특허를 모두 공개하며 전기차 기업의 수를 확대해 시장의 규모를 키운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자율 주행과 스마트카 기술을 선점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혁신을 주도하던 테슬라에 최근 여러 악재가 겹치며 앞날이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제 유가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성장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게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국제 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선이 붕괴하면서 내년에는 5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fAML)는 내년 WTI가 5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으며, 모건스탠리도 브렌트유가 내년 평균 53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 자동차 업계가 테슬라와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닛산은 전기차부터 충전 사업에 이르기까지 테슬라를 견제하고 있고, BMW는 '클래스 바이 클래스(Class by Class)' 전략으로 테슬라에 맞대응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기존 모델을 활용한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고가의 가격 문제를 해결했다.
친환경차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르노, 다임러, 현대·기아차 등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대신 기존 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쏟아내며 테슬라를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테슬라의 생산설비가 향후 늘어나는 주문량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기가팩토리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파나소닉의 역할 수행에 대한 의구심도 확대되고 있고, 테슬라 고유의 복잡한 전지 팩 공정의 한계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신장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부터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 테슬라의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승부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며 "지난 2년간 전기차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테슬라가 앞으로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지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