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인 문재인·정세균·박지원 의원의 비상대책위원 사퇴가 임박하면서 당내 역학구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 당 최대 주주이자 친노(親盧·친노무현)그룹의 좌장인 문재인 의원의 당권 지지도가 30% 미만으로 나오자 비노(非盧·비노무현)그룹의 합종연횡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016년 총선 공천권을 목전에 둔 범계파의 두뇌 싸움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15일 새정치연합에 따르면,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위원장 김성곤)는 오는 17일 빅3(문재인·정세균·박지원 의원) 사퇴 후 새롭게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내년 2·8 전대 룰을 최종 의결한다. 전준위는 이르면 이날 룰 합의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차기 당권 선점을 위한 각 주자 간 치열한 기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지지율 24.7%, 호남서도 고전…김부겸 10.7%로 2위
‘친노 대 비노’ 구도인 새정치연합의 초반 판세는 빅3가 가장 앞선 가운데, 박영선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이 다크호스로 부상한 ‘문(文)·정(丁)·박(朴)+알파’ 구도였다.
하지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구도가 흔들렸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48.9%의 득표율을 보인 문 의원이 1위로 조사됐지만, 새정치연합 차기 당권 지지도는 30%도 채 되지 않았다.
반면 ‘영원한 원외인사’로 평가받는 김부겸 전 의원은 나머지 빅2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전대 출마 여부에 따라 ‘김부겸 바람’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2일∼13일 이틀간 19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한 결과에 따르면 문 의원은 24.7%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세론의 마지노선인 40% 지지율 획득에는 실패했다.
김부겸 전 의원이 10.7%로 2위에 올랐고, 이어 △박지원(7.1%) △박영선(5.5%) △정세균(3.9%) △조경태(3.7%) △추미애(3.3%) △이인영(0.4%) 의원 등이 뒤를 이었다.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는 문재인(46.6%), 박지원(15.6%), 정세균(7.8%), 무당층에서는 문재인(23.8%), 김부겸(8.3%), 박영선(6.0%),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김부겸(17.8%), 문재인(11.1%), 조경태·추미애(7.3%) 의원 순이었다.
◆조직력의 丁 어디로…여성 몫인 朴 표심도 변수
눈여겨볼 대목은 △문 의원의 표 확장성 △호남 지지도 △새누리당 지지층의 지지도다.
같은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여야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문 의원(13.1%)은 박원순 서울시장(19.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2.8%)와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7.8%),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6.3%) 등은 3∼5위를 차지했다.
여야의 차기 대선 주자에서 2위를 기록한 문 의원이 당내 경선 조사에서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하자 친노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표 확장성’의 한계가 또다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문 의원은 당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도 30.1%의 지지율에 그쳤다. 호남 조직력이 강한 정세균(12.2%), 박지원(5.6%) 의원의 지지도 역시 미약했지만, 적어도 친노그룹에 대한 호남 비토 정서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히려 호남은 비대위원장 시절 친노 강경파에 휘둘린 박영선 의원(7.4%)에게 높은 지지를 보냈다. 호남 유권자의 38.7%는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역대 선거 때마다 될 후보를 미는 이른바 ‘전략적 선택’을 한 호남 표심이 핵심 변수인 까닭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전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호남 지지 약한 당 대표의 출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 의원의 호남 끌어안기 여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표심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계층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는 다크호스인 김부겸(17.8%) 전 의원이다. 문 의원은 11.1%에 그쳤다. 과거 한나라당 탈당 전력이 ‘주홍글씨’처럼 김 전 의원을 따라다니지만, 실제 전대판에서 김 전 의원이 판을 흔들 경우 새정치연합의 내부 권력구도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경제는 이날 출마 여부를 묻기 위해 김 전 의원에게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현재 김 전 의원은 출마 여부를 놓고 장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의원은 김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불출마한 뒤 도울 것으로 전해졌고, 당 안팎에선 ‘문재인·정세균’ 연대설, ‘비노 단일화’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번 조사와 관련, “새정치연합의 외연 확장과 관련이 있는 조사 결과”라며 “원외인사인 김부겸 전 의원이 부상한 점과 문 의원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부겸 바람’에 따라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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