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와 탑본은 전통 복제 방식이다. 법첩은 명필의 글씨를 안전하게 보존하며 감상하기 위해 글씨를 모사하여 부본(副本)으로 만든 것으로, 보다 편리하게 감상하고 보관할 수 있도록 책 모양으로 만들면서 발전했다.
이런 법첩 제작이 시작된 시기는 오대십국(五代十國.907~960) 무렵부터다. 하지만 청대에 이르러서는 서예의 전통을 북위(北魏.386~534) 시대 비석에서 찾아야 한다는 완원(阮元.1764~1849)의 북비남첩론(北碑南帖論)이 나오면서 쇠퇴의 길을 걷는다. 모사를 되풀이하면서 이미 글자 원형에서 멀어졌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반면 고증학과 금석학을 기반으로 고대 중국 비석을 연구하는 비학(碑學)이 발전하면서 비석을 탑본한 비첩(碑帖)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법첩을 통해 옛 명필의 글씨를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품이 없어졌을 때는 진품의 글씨를 확인할 수 있어 옛날에 만든 법첩일수록 특히 수장(收藏)가치가 높다.
이런 법첩을 볼수 있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테마전시실에서 열린다.
16일부터 여는 '서예의 길잡이 중국 법첩(中國法帖)'전으로 중국 서예 발전을 이끈 역대 중국 서예가들의 글씨를 담은 법첩 30여점을 만나볼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중국 역대 서가들의 필적이 담긴 《순화각첩淳化閣帖》을 비롯하여 왕희지(303~361년)의 행서行書를 집자集字한 <대당삼장성교서大唐三藏聖敎序>, 구양순(557~641년)의 <황보탄비皇甫誕碑>, 안진경顔眞卿(709~785년)의 <다보탑비多寶塔碑> 등 중요 서예가의 법첩이 소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근대적 인쇄술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법첩은 더 이상 제작되지 않게 되었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선조들이 실제 곁에 두고 감상하고 공부하던 법첩을 보며 서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02)2077-9558. 박현주기자 hy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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