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16일 국제외환시장에서 러시아 루블화가 대폭 하락했다. 최근 루블화 환율은 1998년 러시아 국채 디폴트 당시 혼란을 연상시킬 만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루블화 환율은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60달러선을 돌파, 사상 최고치인 64.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65.90달러까지 상승했다. 루블화 가치가 올해 6월과 비교해 60% 넘게 떨어진 것이다.
국제유가의 계속된 하락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경계감이 시장에 퍼지면서 투자자금이 계속해서 러시아에서 유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10.5%에서 17%로 한꺼번에 6.5%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리포(repo·환매조건부 채권) 금리도 종전 11.5%에서 18%로 올리는 동시에 중앙은행 예치 금리는 9.5%에서 16%로 전격 인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주 11일에 기준금리를 9.5%에서 10.5%로 1% 인상했으나 그 정도로는 역부족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당국은 10억 달러 규모의 외환 시장 개입을 단행하는 등 외환시장 개입과 기준금리 인하를 조합시켜 루블화 하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대폭적인 금리인상은 경기를 더욱 냉각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사태가 긴박하다는 인상을 시장에 주게 돼 자금유출을 더욱 가속화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루블화 하락으로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율은 11월에 전년 동월 대비 9% 상승해 러시아 국민의 소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의 대표적 주가지수 RTS도 연일 하락하고 있다.
RTS는 올해 초 대비 약 40% 하락했으며 5년 7개월 만에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 하락과 우크라이나 정세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로 국가경제가 침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루블화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국내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위축 우려까지 나타나 주가하락을 가속화하는 형국이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목인 원유는 국제시세가 계속 하락하면서 러시아 경제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RTS는 가을 이후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서서히 경기 후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HSBC투자신탁은 국제유가 하락이 개선되지 않으면 러시아 증시는 계속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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