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요즘 직장인들이 모였다 하면 꺼내는 이야기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이다. 시청자는 드라마 속 캐릭터의 상황과 현재를 우리네 삶에 비교하고, 이내 코끝에 시큰함을 느낀다.
직장인의 애환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미생'은 13일 방송분에서 평균 8.0%(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최고 9.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월 1주 콘텐츠 파워 지수(CPI)에서도 총점 303.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7주 연속 1위다. 직장인이 밀집한 30~40대 남자와 20~30대 여자 시청층이 '미생 신드롬'을 입증하고 있다.
웹툰, 드라마에 이어 단행본 역시 성공을 거뒀다. 단행본 만화책 '미생'은 낱권 기준으로 지난달 25일 누적판매 200만부를 기록했다. 드라마 방송 전에는 1년 동안 90만부 팔린 단행본이 방송 시작 한 달 만에 그 이상을 판매한 것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미생'에 열광하는 것일까.
2014년 8월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이 처음으로 6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32.4%에 이르는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개국의 평균 정규직 전환율이 35.7%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1.1%에 불과하다.
청년실업 시대의 불안함과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비정규직의 모습은 '미생' 속 장그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계약직으로 살아가는 장그래의 시한부 삶과 '갑'들의 전쟁터에 던져진 '을'의 고군분투,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회사원들의 눈물 겨운 우정 이야기는 뜨거운 공감 요소로 작용했다.
'미생'(未生)은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모두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즉 미생이다. 완생(完生)이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미생의 노력이 드라마 '미생'의 완성도, 그 인기의 가장 강력한 힘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