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중국을 보다] '미생' 속 중국 꽌시, 한·중 엔터 산업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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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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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에 소재로 등장했던 중국 꽌시[사진=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에서는 중국과의 무역 거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원인터네셔널 영업3팀 오상식(이성민), 김동식(김대명), 천관웅(박해준), 장그래(임시완)의 모습이 그려졌다.

최전무(이경영)으로부터 지시받은 태양열 발전 사업. 한국의 태양열 발전 아이템을 중국 내 업체로 수출하는 프로젝트였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그동안 무시당했던 영업3팀 팀원이 회사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날 방송은 주로 영업3팀 팀원이 중국의 꽌시를 두고 고민하는 장면으로 그려졌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이 말하는 '꽌시'.

꽌시를 거쳐야하는 중국과의 거래에 오상식이 고민하자 천관웅은 "중국 사업에서는 꽌시가 관행인데 찝찝할 게 뭐 있냐"고 말했고, 오상식은 "꽌시가 관행이라지만 정당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고민했다.

드라마 속 아이템으로까지 등장한 꽌시.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꼭 필요하다는 꽌시란  무엇일까.

꽌시는 글자 뜻 그대로 본다면 관(關)은 관문을 뜻하고 시(係)는 연결을 뜻한다. 인연이라는 말에서부터 나온 대인관계를 의미하며 사람이나 사물 사이의 관계, 연줄을 말한다. 조정래 소설 '정글만리'에서도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꽌시, 즉 연줄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라는 대목이 나올만 큼 중국에서의 활동에 꽌시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꽌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중국 측과의 거래에서 꽌시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 그렇다고 정확한 정보도 없이 무작정 꽌시를 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연내 중국과의 합작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던 한 대형 제작사가 중국 꽌시에 발목 잡히는 사례가 발생했다. 꽌시를 통하지 않고 진행하려다가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 제작 시점이 차일피일 미뤄지게 된 것.

익명을 요구한 방송 관계자는 "중국 측 제작사와 합작으로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 제작을 준비 중이었다. 계약이 코앞인데도 결국 성사되지 못한 이유가 꽌시였다. 직접적인 거래를 좋아하는 우리 측과 꽌시를 통해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 측 입장이 달랐다. 결국 해당 프로젝트를 내년으로 미뤄야했다"며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면서 중국 진출을 꿰하고 있는 국내 제작진들도 염두해야할 대목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중국 진출시 유의해야 할 사항으로 꽌시를 꼽았다. 믿을 만한 꽌시를 만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 게다가 대접받기 좋아하는 중국인의 입맛을 맞추기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중 FTA 협상의 실질적 타결로 높았던 중국과의 엔터테인먼트 무역 장벽이 허물어졌다. 이로써 영화 및 TV 드라마,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 방송·시청각 서비스 분야 협력 증진, 중국 내 엔터테인먼트 합자기업 설립 개방 등 중국 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다방면으로 열리게 됐는데, 우리가 넘어야할 진짜 장벽은 FTA가 아니라 꽌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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