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1시 50분 검은색 코트에 목도리를 두르고 나타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서부지검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 앞에 선 뒤 90도로 여러 차례 허리를 굽혔다.
그는 검찰청사 입구에서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한마디만 한 뒤 고개를 숙인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기내 견과류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삼아 기장이 하도록 규정된 항공기 승무원 지휘·감독을 사실상 직접 하고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던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혐의(항공보안법 및 항공법 위반·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항공기가 램프리턴(탑승게이트로 항공기를 되돌리는 일)하는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나 항공법 위반 사실 등이 있었는지 여부도 따질 예정이다.
국토부 조사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램프리턴을 지시하지는 않았고 사무장에게 내리라고만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또한 조 전 부사장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 및 증언이 나온 만큼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검찰은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대한항공 임직원을 동원해 사무장이나 승무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하거나 증거를 없애도록 지시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대한항공 객실 서비스 총괄임원이 사건 직후 사무장과 승무원들에게 '스튜어디스가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해 사무장이 스스로 내린 것으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인멸'은 법원이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되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마친 후 조 전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 JFK공항에서 탑승해 기내 승무원의 땅콩 과자 제공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고성을 지르며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검찰은 대한항공 본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뒤 이날 조 전 부사장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