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 당시 여객기에서 내쫓긴 박창진 사무장이 17일 회사 측의 사건은폐 시도와 국토교통부의 부실한 수사에 대해 언급했다.
박 사무장은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직후 대한항공이 직원들에게 최초 보고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다음 날인) 6일 저녁 (인천공항에) 도착해 담당 상무로부터 최초 보고 이메일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저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자가 받았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회사를 통해 국토부 조사 계획을 통보받았고, 조사 2시간 전 본사에서 답변에 대한 지침을 받았다고 설명하며 국토부 조사 과정에 회사가 개입했음을 시사했다.
조사 과정에서도 박 사무장은 "처음에 임원진이 먼저 브리핑을 하고 임원이 '맞잖아', '이거지?'라고 물으면 예, 아니오로 답하는 식의 조사가 이뤄졌다"며 "제가 진술할 때에도 조사실 내부의 모든 얘기가 밖으로 들려 밖에 있던 임원진은 다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짓진술 요구에 대해 분명히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회사 간부는 그를 꾸준히 회유했다고 폭로했다.
조사를 마친 뒤에도 박 사무장은 당일 밤늦게까지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앞서 국토부에서 썼던 사실관계 확인서를 수정해야 했다.
그는 "국토부가 대한항공을 통해 (나에게)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했고,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마치 초등학생이 선생님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 할 때처럼 10∼12회 정도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강압적인 하기(비행기에서 내리는 것) 지시가 있었는지와 관련한 부분을 거의 다 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사무장은 수정한 보고서를 이튿날 회사의 지시대로 회사 메일계정을 통해 국토부 담당 조사관에게 재전송했다.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의 사과 쪽지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없음을 지적했다.
박 사무장이 공개한 쪽지에는 '직접 만나 사과드리려고 했는데 못 만나고 갑니다. 미안합니다. 조현아 올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쪽지는 수첩을 찢은 종이에 적혀 있었다.
국토부는 지난 15일 박 사무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그가 응하지 않아 불발됐다. 박 사무장은 이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조사라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에 재조사에 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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