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중국 수출 업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지만 중국 명품쇼핑족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디이차이징르바오(第一財經日報)는 17일 러시아의 외환위기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 명품족들은 앞다투어 러시아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나 중국 수출기업 특히, 자동차 업계는 충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 명품족들은 루블화 가치 급락으로 러시아에서 판매되는 명품 가격이 평균 20% 저렴해졌다는 소식에 추위를 뚫고 러시아 모스크바를 향하고 있다. 평소 중국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모스크바에 평소의 수 배나 되는 중국인들이 나타나면서 16일 모스크바 최고급 쇼핑센터인 '굼 백화점'은 성황을 이뤘다. 프라다, 루이비통 등 매장 에 진열된 명품이 전량 팔려나가는 등 명품시장의 '큰 손' 중국인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신문은 성탄절 및 연말 세일시즌에 글로벌 경제 악재로 주목받고 있는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을 중국 쇼핑족들은 '올해 마지막 파격세일 시즌'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고가의 슈퍼카를 구매하기 위해 러시아를 찾는 중국인도 줄을 잇고 있다. 2억원을 호가하는 벤츠, 롤스로이스 6.2리터 8기통 엔진 스포츠카 가격이 루블 가치 폭락으로 1억4000만원대로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신지도부 집권 후 불어닥친 사정바람으로 올해 중국 국내의 명품 시장규모가 세계 3위에서 4위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중국인의 명품 사랑은 여전히 뜨겁다. 최근 중국 명품시장규모는 96억 달러(약10조6000억원)에 육박, 5년 후면 세계 2위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루블화 가치 하락은 러시아와 거래가 많은 동북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수출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시 상무부 자오궈둥(趙國棟) 부국장은 "루블화 가치 급락이 중국 수출 기업의 경영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며 "국제 원유가격 급락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원유가격은 상승, 물가 및 수출제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장기적으로는 중국 수입 업체에까지 충격이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로 그 중에서도 지리(吉利)자동차의 충격이 클 전망이다. 지리자동차의 최대 수출대상국이 바로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리자동차의 러시아 판매량은 총 2만7263대로 총 수출량인 11만8900만대의 5분의 1이상을 차지했다.
올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 등 각종 악재에다 루블화 가치 급락까지 겹치면서 올해 총 순익 규모가 지난해 절반 수준까지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지리자동차 순 이익은 26억6310만 위안이었다.
더욱이 지리자동차의 결제방식도 루블화 폭락에 따른 충격을 키울 전망이다. 한 중국 자동차 시장전문가는 "지리자동차가 러시아 현지화를 이유로 루블화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창청(長城)자동차 등 러시아 진출 국내 자동차 브랜드 대다수가 타격을 받았지만 이들은 달러로 거래해 상대적으로 충격이 완화됐다"고 밝혔다. 단순 환율 변화로 인한 지리자동차의 손해규모만 5억~6억 위안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장즈융(張志勇) 중국 자동차산업 애널리스트도 "지리 자동차가 계속 러시아 투자 및 현지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러시아 루블화가 안정될 기미가 없이 리스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투자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올 들어 루블화 가치는 60% 가까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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