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서울시가 전면 수용방식으로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도시개발 사업을 다시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강남구가 환지방식의 개발을 추진했던 관련 공무원들을 이번 사업에서 배제해달라고 박원순 시장에게 요구하는 등 실무 과정에서 마찰의 여지가 커 개발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서울시는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전면 수용 공영개발 방식으로 재추진키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거주민의 생활안전을 지키고 열악한 주거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강남구가 제안한 개발방식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구룡마을 개발사업은 전면 수용방식 채택을 주장하는 강남구와 혼용방식 도입을 주장하는 서울시의 갈등으로 2년여간 표류해왔다.
양측이 갈등의 장기화되면서 구룡마을에 대한 도시개발구역 지정은 지난 8월 해제됐다.
서울시는 과거 도시개발구역 지정 이후 별도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절차를 이행하는데 장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을 감안해 모든 절차를 동시에 진행키로 했다.
내년 상반기 중 구역 지정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구체적인 일정은 강남구와 상호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구룡마을 개발 이익이 현지 공공시설 설치, 거주민 복지 증진 재투자,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 등 거주민 재정착에 쓰이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지난 11월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는 조속한 사업 재추진이야말로 거주민의 삶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좋은 개발방식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며 “수많은 논의와 명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최우선 가치는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최소한의 주거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최선이 아닌 차선의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남구는 구룡마을 개발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인용해 전면 수용방식 채택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면 수용방식 개발사업의 이익이 3075억원, 혼용방식 개발사업의 이익이 725억원”이라며 “환지를 통해 토지주들에게 개발이익을 몰아주는 것이 어떻게 올바른 사업방식이냐”며 맞섰다.
특히 강남구는 혼용방식 도입을 추진해 온 서울시 공무원들의 개발사업 배제를 사업 재개의 조건으로 달아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해당 공무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을 경우 사업 재개가 무산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신 구청장은 이 부시장이 구룡마을 개발사업 재추진 계획을 발표한 직후 “그동안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추진해 사업을 무산시킨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은 철저히 개발 관련 업무에서 배제해 어렵게 재추진되는 도시개발사업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시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구청장은 배제 대상을 두고 문승국 전 행정2부시장 결제 라인을 언급했을 뿐, 정확한 대상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신 구청장이 지난 7월 구룡마을 개발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과 SH공사 관계자 5명에 대한 고발을 취하할 뜻이 없다고 밝힌 점도 변수다.
강남구는 도시개발구역에 포함될 수 없는 땅이 개발구역에 포함되고, 군부대와의 협의 없이 군사시설 부지를 개발구역에 편입시킨 점 등을 들어 관계자들을 고발한 바 있다.
이 부시장은 “서울시가 강남구가 제시한 수용방식을 대승적으로 수용한 만큼 공무원들의 고소‧고발 문제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갔으면 하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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