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미국과 쿠바가 53년 만에 국교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 1959년 1월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으로 공산정부를 수립한 지 2년 만인 1961년 1월 쿠바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특별성명에서 “미국은 대(對)쿠바 관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역사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즉시 쿠바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을 개시할 것을 지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그동안 쿠바의 고립을 목표로 한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쿠바 정부가 자국민들을 억압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50년 넘게 지속한 대쿠바 봉쇄 정책이 실패했음을 시인했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가 이뤄진 데에는 사상 첫 남미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0월 미국과 쿠바 양국 대표단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미묘한 양국 현안들을 논의하는 자리를 주선했다. 바티칸은 성명에서 "교황은 최근 몇 달 사이 미국과 쿠바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일부 수감자들의 상황을 포함해 인도주의적인 문제에 대한 공동 관심사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수개월 내에 쿠바 수도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재개설해 양국 정부간 고위급 교류와 방문을 담당토록 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케리 국무장관에게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도록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미국 재무부와 상무부에 쿠바 여행과 송금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인정하는 12개 분야 출입국 허가증을 받은 미국인은 쿠바를 방문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연간 500달러로 제한된 기부성 송금한도는 2000달러로 인상됐다. 송금자 특별면허 제시 규정도 폐지됐다. 쿠바에 대한 수출도 확대해 민간주택 건설자재, 민간기업용 상품, 농기계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나타냈지만 공화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공화당 1인자인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잔인한 독재자에게 어리석은 양보를 해 준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며 "카스트로 정권과의 관계는 쿠바 국민이 자유를 만끽하기 전에는 정상화는 물론이고 재검토조차도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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