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직장인의 삶과 인간관계를 사실감 있게 그려내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던 '미생'이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미생'은 지난 13일 방송분에서 평균 8.0%(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최고 9.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월 1주 콘텐츠 파워 지수(CPI)에서도 총점 303.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7주 연속 1위다. 직장인이 밀집한 30~40대 남자와 20~30대 여자 시청층이 '미생 신드롬'을 입증했다.
18일 서울 신사동 CGV 청담 씨네시티에서 열린 tvN 금토드라마 '미생' 기자간담회에서는 김원석PD와 정윤정 작가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미생'을 온몸과 마음으로 만들어낸 감독과 작가가 생각하는 '미생'의 인기요인, 과연 무엇일까. 김원석PD와 정윤정 작가는 입을 모아 '공감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PD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1~2회를 통해 시청자들을 울리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많이들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듣고 '다들 힘들게 사는 구나', '공감이 되는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생'에게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지점이 있었다면, 바로 외롭고 우울한 분들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윤정 작가 역시 "하대리, 강대리가 부하 직원들에게 못되게 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부하 직원에 대한 연민이 깔려 있다. 모든 인물의 공통된 정서는 연민이다. 시청자가 외로움과 연민을 공유한 것 같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 작가는 9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직장생활을 했지만 그 시간은 '미생' 속 인물들을 사실감있게 그려낼 만큼 큰 경험이었다. "24세 때 대기업 홍보팀 사보를 제작하는 사보편집 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여러 원고와 사진을 담은 가편집된 책자를 들고 결제를 받으러 삼성 본관으로 가는 나날의 감정이 '미생'에 다 녹아있다. 딱히 나를 무시한 건 아닌데 하청업체라는 존재만으로, 오후 햇살 속에서 고개를 떨구고 삼성 본관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무수하게 쏟아지는 감정을 '미생'에 녹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장그래(임시완)가 지하철역에서 사람들과 반대로 걸어가는 모습 역시 그런 감정에서 얻은 것"이라며 "40대 남자 직장인이 술 마시고 취해서 택시를 잡다가 넘어지는 모습, 큰 양복 안에 들어있는 초라한 몸, 지갑안에 들어있는 복권을 보면 찡한 감정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였을까. 김원석 감독과 정윤정 작가가 꼽은 '미생' 속 명대사는 "내일 봅시다"였다. "내일 봅시다"라는 말은 강대리(오민석)가 퇴사 직전까지 갔던 장백기(강하늘)의 마음을 돌려 놓은 결정적인 한 마디이자 진심 어린 한 마디였다. 장그래(임시완)에게 마음의 문을 연 장백기 역시 그래를 향해 "내일 봅시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정윤정 작가는 "명대사를 만들기 위해 명대사를 만들 수는 없다. 명대사 이전에 명감정, 명상황이 있어야 한다"며 "'내일 봅시다'라는 대사가 좋았다. 내일 보는 게 그냥 좋았다"고 밝혔다.
김원석 감독 역시 "'나도 내일 봅시다'라는 말이 좋았다. '잘 하자' 같이 평범하고 명대사 같지 않지만 뭔가 의미가 묘한 말들이 좋았다"고 되돌아 봤다. 김 감독은 "엄청난 명대사가 아니라 그냥 말인데 맥락에서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내일 봅시다'라는 말은 단순히 내일 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마음에 들어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많은 분들도 좋아해 주셨다"고 전했다.
직장인과 예술인의 경계에 걸쳐있는 김원석PD,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직장생활을 한 정윤정 작가, 그리고 회사와는 거리가 먼 배우들까지. 이들이 직장인의 웃음과 눈물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건 역시 '공감의 힘' 때문이었다. 갑들의 전쟁터에 던져진 을들의 고군분투,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우리네 이야기가 '미생 신드롬'을 만들었다.
한편,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은 '미생'은 오는 20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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