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감독 김상만·제작 모인그룹·공동제작 보이스 팩터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현재 실존하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아시아 최고의 천재 테너 배재철 성악가가 오페라 무대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을 무렵 갑상선 암 선고를 받고 목소리를 잃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유지태가 배재철 성악가를, 성악 영화와 인연이 깊은 차예련이 배재철 성악가의 아내 이윤희를 연기했다. 일본 배우 이세야 유스케(사와다 역), 키타노 마이(미사키 역), 유고슬라비아 출신 나타샤 타푸스코비치(멜리나 역) 등 다양한 국가의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배우 유지태의 열연이다. 오페라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배재철 성악가의 힘을 그대로 보여주는가 싶더니 갑상선 암 수술 후 절망에 빠진 ‘인간’ 배재철의 모습을 메소드 연기로 풀어냈다. 감히 유지태의 연기 중 최고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주연급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전용 대기실도, 흉물스럽게 찢겨진 길거리의 공연 포스터 앞에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배재철의 내면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유지태 뿐 아니라 다른 출연진 모두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한국영화에 출연하는 외국인 배우들은 어색한 연기로 몰입에 방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에 출연한 주연, 조연, 단역, 엑스트라까지, 수많은 외국인 배우들은 모두 제자리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차예련 역시 오페라 오디션에서 짧지만 강렬한 연기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모든 것은 김상만 감독의 연출력 아래 하나로 뭉쳤다. 오페라 실황을 보는듯한 연출은 9000원짜리 영화관 티켓으로 9만원짜리 오페라 현장에 와 있는 기분이 들게 했고, 다양한 카메라 워크로 배우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사운드와 영상이 적절히 어울려 힘을 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오페라 장면에서 배우들과 노래의 싱크가 약간 어긋난다는 점이다.
감동실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는 2014년의 마지막 날 관객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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