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증권업황이 나빠지는 바람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도 좀처럼 새 주인을 못 찾고 있다. 현대증권이나 대우증권 같은 대형사는 물론 리딩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을 비롯한 중소형사도 매각 일정이 줄줄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그러나 새해 들어서도 원하는 값을 받고 팔 수 있을 만큼 업황이 좋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내년 1월 26일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한다. 매각 지분은 36.9%로, 업계에서 추정하는 가격은 5000억~6000억원 수준이다.
애초 현대증권은 입찰 예정일을 올해 8월로 잡았었다. 그러나 현대증권이 지분가치 상승을 위해 내부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일정을 10월로 미뤘다. 이후 현대그룹 측이 일정을 또 다시 미루면서 연내 매각이 무산됐다.
현재 국내 사모펀드(PEF)인 파인스트리트와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 중국 푸싱그룹 3곳이 실사를 진행중이다. 혀냊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는 오릭스가 거론된다. 푸싱그룹은 현재 금융투자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아 대주주적격성 시비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파인스트리트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작아 인수대금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범현대그룹인 현대차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이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미 현대차는 한전 부지 매입에 10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현대중공업도 올해 들어 3분기까지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다.
KDB대우증권도 내년에는 매각 절차를 구체화할 공산이 크다.
정부는 8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기로 결정하면서 산은캐피탈 및 산은자산운용, KDB생명을 비롯한 자회사를 팔기로 했다. 다만 대우증권은 정책금융 기능과 연계성을 감안해 당분간 매각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붙었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도 10월 국정감사에서 대우증권 매각에 대해 "시장 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KDB생명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산은 측은 현재 대우증권과 이를 묶어 파는 패키지 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우리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에 저축은행 및 자산운용, 생명보험을 묶어 농협금융에 매각하는 패키지 딜에 성공한 바 있다.
매물로 나온 중소형 증권사도 적지 않다.
리딩투자증권은 연초 동화그룹과 매각 협상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이어 유일프라이빗에쿼티투자와 홍콩계 SC로위 컨소시엄과도 협상이 결실 없이 끝났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최대주주인 G&A프라이빗에쿼티가 2013년 말 지분 매각을 잠정 보류하면서 매각 작업이 중단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매물이 나오는 상황에서 중소형사 매물이 제값을 쳐주는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업황 악화, 노조 반발도 발목을 잡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올해 매각에 성공한 사례로는 농협금융지주에 인수돼 NH농협증권과 합병하는 우리투자증권, 대만 유안타증권에 넘어가 간판을 바꿔 단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이 있다.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한 메리츠종합금융증권도 성공 사례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4일 정례회의에서 아이엠투자증권 대주주를 메리츠종금증권으로 변경하는 안을 승인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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