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카오를 방문해 변함없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를 추진해나갈 것임을 다시한번 천명했다. 최근 시위사태를 겪은 홍콩과, 경기불안으로 흔들리고 있는 마카오를 의식한 듯 "일국양제는 국가의 기본 국책"이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19일 마카오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20일 마카오주권반환 15주년 기념식에서 "일국양제를 굳건히 견지해나가는 것이 홍콩과 마카오의 장기 번영과 안정의 필요조건이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꿈(中國夢)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부분"이라며 "국가와 민족은 물론 홍콩·마카오, 외래 자본투자자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마카오 특별행정부의 환영 만찬에서도 "마카오가 조국으로 돌아온 이후 15년 동안 경제·사회적인 발전 성취를 이뤄냈다"며 "일국양제의 위대한 구상은 강력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제까지 누구도 해본 적이 없는 일국양제의 실천은 순조롭게만 진행될 수 없다"면서 "점점 성과가 많아질수록 좀 더 분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덩샤오핑이 만든 일국양제
일국양제는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그가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사회주의를 핵심으로 하되 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라 두 체제 병행할 수 있다'고 제시한 데서 비롯됐다. 이 개념은 중국 개방의 시발점인 경제특구에 적용된 뒤 1997년과 1999년 각각 영국과 포르투갈로부터 홍콩과 마카오의 주권을 돌려받으면서 이들 '특별행정구'에 대한 통치원칙으로 발전했다. 대만과의 양안(兩岸)관계와 통일 원칙에도 적용되고 있다.
중국이 이 원칙에 따라 홍콩과 마카오에 50년 동안 '고도의 자치'를 보장해 독자적인 사회·경제체제를 운영하도록 한 정책은 이들 지역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냄으로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홍콩은 2047년까지, 마카오는 2049년까지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는다. 시 주석이 이번에 방문한 마카오의 경우는 주권 반환 이후 1999~2013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에 달했다. 1인당 GDP도 1만5천 달러에서 8만7천 달러로 급증해 아시아 2위,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홍콩시위, 마카오경기 악화 장애물
하지만 홍콩의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서 빈부격차와 자산 거품 심화라는 부작용으로 일국양제와 중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고 마카오에서도 경제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카지노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마카오의 경우 시 주석의 반(反)부패 드라이브 여파로 '큰손'인 중국 관리들이 마카오행 발길을 끊으면서 카지노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홍콩에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의 도심 점거 시위가 80일가량 벌어지면서 마카오에서도 반중 감정이 폭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일국양제에 대한 동요 조짐도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의 마카오 방문은 중국 최고지도자가 5년에 한 번꼴로 주권반환 기념식에 직접 참석하는 관행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일국양제 원칙 고수에 대한 '쐐기 박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시 주석은 또한 주권 반환 기념식에 이어 열린 페르난도 추이(崔世安) 행정장관의 제4대 행정장관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판다곰 한 쌍을 마카오에 선물하기도 했다. 그는 추이 행정장관에게는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재선에 성공한 것을 축하하며 일국양제 발전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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