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산유국이라는 태생적 축복 국가들과 달리 자원 빈국의 설움에 시달리는 우리나라는 남의 땅을 빌어 원유 확보에 나설 밖에 없는 운명이다. 자원의 확보와 자원 안보의 실현은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 비리) 등으로 인한 투자부족과 정치적 논쟁이 가중되면서 원유 탐사가 정체되는 분위기다. 사자방 논란 속에 해외자원 알짜사업들이 ‘올스톱’되는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실정은 어떨까. 가까운 중국은 신흥국 등을 중심으로 원유생산지인 노른자 땅 구하기에 여념 없다. 최근에는 베트남과 남중국해를 놓고 마찰을 겪는 등 원유확보를 위한 지배력 높이기에 분주하다. 국제 원유시장을 둘러싼 아랍권의 기름전쟁도 떠들썩했다. 우리나라도 이 틈바구니 속에 지난 10년간 공들인 알짜배기 광구가 있다. 오랜시간동안 탐사·시추를 거듭해 결실을 맺은 베트남 15-1 해상광구가 그 곳이다.
◇ 베트남 해상 한복판…무더위 속 석유시추현장을 가다
원유 확보를 위한 사투의 현장은 크게 카자흐스탄(2014년 12월 18일자 신문 '르포-上' 참조)과 베트남으로 분류된다. 악천후와 무더위로 극과 극인 두 나라는 냉탕과 온탕이라는 농담을 뱉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배트남 호치민 공항에 도착해 2~3시간을 달려간 곳은 붕따우 공항. 이 곳에서 또 다시 헬리콥터로 40분(약 50㎞)을 가다보면 해상 한 복판에 대규모 FPSO(부유식 원유시추저장설비) 시설이 한 눈에 들어온다. FPSO는 원유를 생산하고 저장·하역까지 할 수 있는 시설로 삼성중공업이 18개월만에 제작했다.
베트남 15-1 해상광구는 석유공사가 탐사 단계에서부터 사업을 주도, 총 5억 배럴의 원유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해외자원 개발 현장이다.
쿨롱(Cuu Long) 컴퍼니에서 관리하는 플랫폼은 총 8개로 7개는 무인, 1개의 석유생산정(CPP)에 80여명 상주하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관경은 마치 하지원 주연의 영화 7광구와 흡사한 모습으로 하루 8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 15-1 해상광구 4번째 유전인 갈사자 유전은 추가 생산개시가 매장량 8000만 배럴로 기대수익 2조원대와 1300억원의 추가수익이 기대되는 노른자다.
베트남 석유공사가 올해 예상하는 영업이익만 1억6000만 달러(추정)로 당기순이익은 7000만달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석유공사는 투자금 17억 달러로 현재 25억 달러(세금 미포함)를 회수한 상황이다.
깊은 해저에서 뽑아 올린 석유는 FPSO에 저장했다가 당일 정착한 원유운반선이 70만배럴 규모를 실고 세계로 수출한다.
◇ 속속 터지는 ‘희소식’…석유공사의 눈물겨운 ‘결실’
공교롭게도 기자가 이번 해외자원 개발 현장을 둘러보던 당시 동해 대륙붕 대규모 가스전 발견 소식에 현지 직원들도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석유공사가 100억 달러가 넘을 수 있는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했다는 희소식에서다.
동해 8광구 및 6-1광구 북부 심해지역에 대한 정밀 탐사 결과 경북지역에서 22년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가스 매장 소식은 희비가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석유공사 노력에 대한 결실을 자원 외교의 실패 공세로 이어가던 정치권과는 사뭇 다른 광경 탓이다. 원유생산 현장은 자원외교와 정치논리가 배제된, ‘산유국의 꿈’을 실현하는 엔지니어들의 값진 땀방울만 남아있다.
아울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에어리어1(Area1) 광구 할리바 구조에서 1억배럴 이상의 원유(발견잠재자원량)를 확보할 수 있다는 연이은 소식도 신규 해외자원개발 후속투자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되는 이유다.
강복일 한국석유공사 베트남사무소장은 “베트남 석유공사가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매장량 기준으로 동남아지역 3번째다. 원유뿐 아니라 올해 가스 투자비용 회수를 완료했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익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이어 “15-1 광구 원유는 2023년, 가스는 2028년까지 운영할 예정으로 8만배럴인 전일 원유 생산량은 우리나라의 경우 일산 등 소도시가 소비할 수 있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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