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요인 분석] 미국 셰일오일을 극도로 경계하는 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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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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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이 국제유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이라 생각하고 있다. [사진=OPEC홈페이지]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10월 이후 국제유가 정세는 하락 요인이 잇따라 발생했다. 10월 2일 사우디아라비아는 11월 원유가격 설정에서 조정액을 인하하면서 원유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11월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가 하락은 더욱 가속화됐다.

현재 국제유가 시장을 둘러싼 움직임은 크게 3가지 흐름이 있다.

첫째,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3년간 하루 300만 배럴로 증가했다는 것과 둘째, 나이지리아의 미국 석유 수출량이 3년간 하루 100만 배럴에서 30만 배럴로 급락해 올해 8월에는 5만 배럴 이하로 떨어지면서 인도와 아시아 시장에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는 것, 셋째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가 원유 생산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11월 원유가격 설정을 위한 조정액을 인하했으며, 사우디의 표준 원유인 아라비안 라이트는 9월 배럴당 +1.65달러에서 11월에는 -1.05달러로 설정하면서 실제 11월 원유가격은 배럴당 76.01달러까지 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수년 동안 목표로 설정해 온 배럴당 100달러라는 가격 수준을 포기했으며 80달러 수준을 감수하는 결단을 내렸으나, 실제 국제유가 시세는 80달러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러한 사우디의 결단의 배경에는 미국의 셰일오일 개발이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한때 2007년 일일 평균 생산량이 508만 배럴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1~10월에는 849만 배럴까지 회복하면서 미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는 58%에서 27%로 떨어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미국의 석유 수입량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나이지리아로부터의 수입이 현저하게 줄었다. 셰일혁명으로 증가한 미국의 원유는 경질원유이며 이 성질이 나이지리아산 원유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질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와 쿠웨이트로부터의 원유 수입은 줄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우디의 원유 수출에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 시장에서 쫓겨난 나이지리아가 석유 판로를 아시아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나이지리아의 이러한 움직임은 아시아 시장에서 중동산 원유와 아프리카산 원유의 경쟁을 한층 더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내다봤으며, 사우디의 조정 가격 인하는 이러한 경쟁도 염두에 두고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도 대미관계가 기본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어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관련 작전에서는 이라크, 시리아 등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으나 석유정책에서는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가 계속될 경우, 미국의 원유 증산은 가속화될 것이고 국제적인 석유 수급의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4년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셰일혁명에 따른 비재래형 석유와 가스의 증산으로 전 세계 에너지 지도가 바뀐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은 2015년에 천연가스 분야에서 러시아를 제치고, 석유 분야는 2017년에 사우디를 앞서게 되면서 세계 최대 자원생산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석유 수입량은 2035년까지 2011년 대비 약 3분의1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사우디는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 셰일오일의 증산이 석유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원유생산량의 유지와 시장 점유율 방어라는 측면에서 유가 하락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사우디는 국제유가 하락을 유도하면서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을 막고 원유 가격 하락을 무기로 석유 수요 증가로 연결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한편 원유 하락이 러시아 루블화의 폭락을 가져오는 것은 석유와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의 당연한 귀결로, 이러한 점에서는 미국과 사우디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

OPEC은 지난 11월 총회에서 생산목표를 하루 3000만 배럴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015년 예상되는 OPEC 원유의 수요는 2920만 배럴이기 때문에 생산목표 단계에서 80만 배럴의 과잉생산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OPEC 총회에서 감산을 보류한 이유는 과잉공급이 셰일오일이 초래했다고 보는 OPEC 회원국의 판단이 깔려 있다.

수하일 빈 무함마드 알마즈루에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석유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 회의에서 비회원국의 '무책임함'을 비판했다. 알마즈루에이 장관은 "OPEC의 감산 불가 방침은 맞다"면서 "국제 경제에 크게 부담되는 유가 급락의 큰 원인 중 하나는 OPEC 회원국이 아닌 산유국의 무책임한 원유 생산 탓"이라고 주장했다.

11월 OPEC총회 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65달러까지 하락하면서 5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후 70달러까지 올랐으나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배럴당 80달러라는 가격은 산유국과 석유 소비국 모두가 수용 가능한 가격수준이지만 당분간은 60달러 전후로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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