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올해부터 본격화된 미국발 셰일오일 붐의 여파로 '저유가'가 내년 세계 경제의 최대 이슈이자 리스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저유가 리스크에 대한 산업계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23일 국내외 금융기구 및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유지 정책에 따라 내년에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확실시된다. 국제 유가 하락은 세계 경제 회복에 긍정적이지만, 한국과 같이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22일(현지시각) 세계 경제가 2015년 0.7%, 2016년 0.8% 추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IMF는 저유가가 내년 세계 성장률을 당초 전망치보다 0.3%포인트에서 최대 0.7%포인트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최대 수혜국인 중국은 향후 2년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9%포인트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내년 저유가 기조를 예상했다. 다만 저유가의 다양한 리스크 요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비한 국내 산업계의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국민소득 증대와 물가 하락에 의한 소비와 생산 증대 효과가 있다"며 "기업투자심리 개선을 통해 투자 증대 등의 효과를 유발, 국내 경기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경우 국제 유가 10% 하락 시 소비 0.68%, 투자 0.02%, 수출 1.19% 등의 개선 효과를 가져오면서 GDP는 0.27%, GNI는 0.41%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비자 물가도 0.46%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현재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저물가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유가 하락이 경기 회복에 도움은 되겠지만, 저물가 현상의 고착화를 유발할 우려도 존재한다"면서 "유가가 상대적으로 싼 기간 동안 유류 비축량 증대, 오일 생산국에 대한 장기수급계약 조정 등 유가 하락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또 "유가 하락에 따르는 비용 절감 효과가 기업의 R&D, 인적자원개발 등으로 전환해 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금융·통화·재정정책을 통해 경제 전반의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유가의 약세 흐름에 따른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비산유국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이고 축소된 재정과 금융정책 여력을 보충해 주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세계 경기 수요 부진을 반영하고 있는 현상이므로 소비심리 회복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유가에 영향을 받는 에너지, 운송, 인프라 투자 등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아울러 일부 산유국의 재정, 금융위기 가능성도 제기된다는 점은 우리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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