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북측의 일방적인 노동규정 개정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북한의 일방적 노동규정 개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만큼은 북한의 막무가내 식 주장에 휩쓸리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더불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해결방안을 제시하길 촉구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0일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의 결정 형식으로 임금상한선 5% 조항과 최저임금 50달러 규정 등 최저임금 인상률 제한을 삭제하며,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 13개 조항을 일방적으로 개정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15, 16일 개성공단공동위 남측 위원장인 이강우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 명의로 두 차례 대북 통지문 전달을 시도했으나 접수를 거부당했다. 대화의 창구 자체가 막혀버린 상태다.
이날 정기섭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북측이 주장하고 있는 근본노동규정 및 세무 세칙 등 일방적인 제도개정을 보류하고, 남북 양측이 상시통행과 노동규정 개정과 같은 현안 전반에 대해 시급히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남북당국에 의해 합의되지 않은 조치로 입주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할 경우, 경협보험 적용 등 기업퇴로에 대한 대책수립이 필요하다는 등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희건 협회 수석부회장은 전화통화에서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이미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250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간식비, 통근비 등을 더하고 임금상한선까지 철폐되면 임금이 350달러~4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수준은 매년 15% 가량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입주기업 대표들은 오는 24일 북한을 직접 방문해, 북측 당국자와 현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만난 협회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소통이 문제다. 개성공단의 실질적 운영자인 기업들은 남북 양측의 합의나 의견수렴 과정에서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 통일부를 비롯해 관계 당사자들이 기업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인지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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