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세월이 변해도 해마다 변함없이 진행하는 전시가 있다.
벌써 18년째, 신진자가들의 실험정신과과 독창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젊은 모색전'이다. 1981년 덕수궁미술관 '청년 작가'전을 출발한 이 전시는 1990년부터 '젊은 모색'전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격년체로 열리다 지난해부터 연례전으로 개최되어 신진작가의 무대를 넓히고 있다. 지난 33년간 젊은 모색전은 실험정신과 잠재력이 돋보이는 차세대 신진작가를 발굴 육성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가늠할수 있는 지표가 되어왔다.
참여작가 선정은 까다롭다. 국립현대미술관 최은주 학예실장은 "미술관 학예직에 신진 작가들을 추천받아 60여 명 가운데 내부 선정위원회를 거쳐 엄선한다"며 "기준은 상업적으로 이미 성공했거나 갤러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여겨지는 작가가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지 않으며 자체 기획전에 초청되지 않은 작가"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잔혹동화'와 같은 분위기다. 현실적인 사건이나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향해 노골적인 일침을 가하기보다 작가들 특유의 상상력과 현실을 적절히 혼용하여 일상과 현실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기획 2팀 김장언 학예팀장은 "이번 젊은모색전은 특정 시대적 이념이 사라지고 개인화와 파편화된 사회안에서 젊은작가들의 예술이 어떠한 경향을 띄고 있는지 확인해 볼수 있을 것"이라며 "참여 작가 8명의 작품은 일상과 대중문화의 이미지, 코드 매체등을 이용해 화려한 색채의 형식을 띠지만, 사회의 부조리와 기이한 모순 현상을 소재로 삼아 현실의 무게를 짙게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김하영은 현대과학기술이 현대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주목했다. 개인성을 상실하고 인공적인 풍경속에 살아가는 인간 삶의 허무함을 화려한 색과 단순한 이미지로 도식화했다.
김도희는 어린아이의 오줌을 수차례 장지위에 물들인 작업을 전시했다. 어린아이의 악몽이 오줌으로 배출되듯이 현실에서 은폐되고 설명되지 않았던 경험들을 비판한다.
조송은 일상에서 만날 법한 인물이나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기심, 욕망, 질투, 상대적 우월감 등 인간의 어두운 내면
을 동양의 전통재료인 먹을 이용하여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한편 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으로 진지함의 무게를 덜어낸다.
윤향로는 현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의 삶의 태도와 방식을 대변하는 대중문화에 집중하여 이미지들을 조합하고 그 간극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오민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반복적 의식, 일상적 패턴 등을 관찰하고 이러한 규칙에서 발생하는 다소불편한 균형을 주목한다.
권용주는 싸구려 건축자재, 공사 폐기물 등과 같이 버려진 부산물들을 이용하여 하나의 거대한 인공 폭포를 만들었다. <폭포>는 개인이 사회 안에서 생존하는 방식과 그 흔적이다.
김웅용은 영화를 구성하는 오디오, 영상, 컷 등의 요소들을 꼴라쥬 하듯 뒤섞어 배치하고 재편집하여 낯섦, 기괴함, 친숙함을 혼재시킨다.
전시장 초입에는 참여 작가의 작업실에서 촬영한 인터뷰 영상이 상영되어 작가의 예술세계를 보다 가까이 이해할 수 있게 했다.전시는 내년 3월 29일까지. (02)2188-6000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