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기획-2015년 정국 조망] “최우선 과제는 경제살리기…중간평가 4·29 보선이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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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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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및 경제 전문가 6인이 전망하는 2015년 을미년 정국…“박근혜 정부, 갈등 봉합 위한 통합 리더십 필요”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사진=웹투어 제공]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을미년(乙未年) 새해 첫날이 밝았다. 하지만 한국 정치에 드리워진 적막은 쉽게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4월16일 한국 사회를 강타한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청와대 안전관리시스템 부재, 안대희·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등 박근혜 정부의 인사 참극, 군의 잇따른 가혹행위 사고는 물론 연말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인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을 둘러싼 공안정국 논란….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정착된 정치민주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너와 나를 가르는 피아(彼我)의 정파성에 함몰됐다.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여야의 극한 대립 구도의 원인도 이 지점과 맞물린다. 한국 정치의 희망은 없는가. 이에 아주경제는 정치 및 경제 전문가 6인의 인터뷰를 통해 2015년도 한국 정치·경제의 과제를 조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 전문가 과반 “경제성장이 가장 중요”…“4월 보선이 분기점”

아주경제 신년기획에 참여한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상돈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가나다 順) 등 총 6명의 전문가 가운데 과반이 2015년도 박근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핵심 과제로 ‘경제성장’을 꼽았다. 소수 의견으로 경제민주화 등이 제시됐다.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2015년 을미년 새해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다. [사진=청와대]


경제성장의 방법론에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지만, 2012년 대선의 시대정신이던 ‘경제민주화’보다는 선(先) 성장동력 마련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내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공천 개혁 등 제도에 매달린 여야 정치권의 행보에 쐐기를 박은 답변이다.

이는 전세계가 저성장·저물가의 ‘디플레이션(Deflation) 공포’에 휩싸이면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시장의 침체가 불가피한 데다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부 2년간 가시적인 ‘성장의 열매’를 맺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의 핵심 과제는 경제살리기”라고 단언한 뒤 “야권이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는데, 일단 성장의 파이가 있어야지 나눌 것이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김 소장도 “경제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책 아젠다인 공공부문 개혁 등은 정치학자나 정치인 범주에 있는 의제이지만, 국민들에게는 경제살리기가 피부에 와 닿는 이슈”라며 “4·29 보궐선거가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 2주년인 지난해 12월19일 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정국주도권 선점을 위한 여야의 ‘주판알 튕기기’가 본격화됐다.

4·29 보선 지역은 서울 관악을(이상규 전 의원)·경기 성남 중원(김미희 전 의원)·광주 서구을(오병윤 전 의원) 등 3곳에 불과하지만, 선거 결과에 따라 ‘정윤회 비선실세’ 파문으로 몸살을 앓았던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 선거로 격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소장은 “4·29 보선 전 정치권 이슈인 청와대 개각 등에 대한 국민적 호응도는 높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도 몇 개월 만에 좋아지는 게 아니다. 새누리당이 4·29 보선에서 전승한다면 정부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동력을 받겠지만, 반대의 경우 급속히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배 본부장은 “경제민주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배 본부장은 “경제 성과만 추구할 경우 복지 및 양극화 해소 등 국민계층 간 갈등만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벌써 박 대통령 임기 3년차다. 모든 대선 공약의 이행이 불가능한 만큼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국가 부정부패 요인을 일소하면서 청렴 시스템 확립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이필상 “성장이냐 민주화냐, 불필요한 논쟁…朴 정부, 산업정책 없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부 3년차를 기점으로 국민과의 허니문(Honeymoon) 기간이 끝나는 만큼 박 대통령이 올해 실질적인 경제성장을 꾀하지 못한다면, 민심이반 현상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왼쪽)과 정세균 의원.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제1야당이 지난 2년간의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강한 야성과 수권정당화로 발돋움할지 주목된다. [사진=새정치민주연합]


이에 홍 소장은 올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핵심 과제로 ‘경제살리기’를 꼽으면서도 “대통령이 누구인지, 허니문 대상이 야당인지 국민인지에 따라서 그(허니문) 기간은 조금 다르다”며 “또한 국민들은 대통령 리더십이나 국정기조가 무엇이냐를 보고 허니문 기간을 판단한다”고 선을 그었다.

홍 소장은 “박 대통령 지지층의 충성도가 높은 데다, 애초 국민들이 정부에 기대한 것은 ‘국가안보’ 등 정체성의 문제였다”며 “현 상태를 잘 유지하면서 조금씩 개혁을 하는 게 보수”라고 말했다. 정권 출범 직후부터 ‘북핵 불용’ 기조를 천명한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호응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역시 대북기조의 변화가 없는 한 중도보수층의 이탈은 없을 것이란 전망인 셈이다.

홍 소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시한 교육·노동·금융·공공 등 4대 개혁 분야 중 가장 중요한 과제와 관련해선 “공무원연금 개혁”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 칼은 정부가 먼저 빼들었다”라며 “군인·사학연금 개혁은 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전술적인 문제’이나, 공무원연금은 정부와 집권여당이 나서서 판을 깼다. 이것을 안 하면 다른 개혁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는 집권 3년차 초기부터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고 그 동력으로 ‘4월 보선’을 승리한 뒤 먼저 개혁의 칼을 빼든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혁신을 속도전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는 지난 2년간 거의 모든 공약과 개혁이 무산되면서 정부의 국정동력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현 사태 수습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상돈 교수는 “그렇게 살리자고 한 경제도 안 되는데, 집권 3년차 국정과제를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공기업 개혁도 하다가 중간에 흐지부지되지 않았느냐”며 “집권 3년차 경제성장을 꾀하기도 힘들 것이다. (지난 2년간처럼) 중구난방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경제 전문가인 이필상 교수는 정치권의 ‘경제성장 대 경제민주화’ 논쟁에 대해 “한가하게 이런 것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며 “지금은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꺼진 상황이다. 성장이 안 되니까 고용창출 능력도 떨어지고 가계부채는 위험수준을 넘은 것”이라고 정치권을 질타했다.

또한 정부의 ‘교육·노동·금융·공공’ 개혁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 “산업정책이 빠졌다. 우리나라 산업이 위기인데, 어떻게 발전시켜서 각 경제주체들이 먹고살 수 있느냐의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한 뒤 “다만 대·중소기업 불균형 문제도 심각한 만큼 경제민주화도 소홀히 하지 말고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정부의 경제정책 스탠스와 관련, “굉장히 고전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부동산 3법의 경우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살리기를 한다는 것이 아니냐”며 “2015년도 경제환경에서는 쉽지 않을 일이다. 야당도 대안 없이 규제를 푼다고 하는데, 이제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개헌·선거구제 파괴력 ‘글쎄’…정윤회 문건 논란 지속

정치 및 경제 전문가들은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등 지난해 정치권 블랙홀로 작용한 정치개혁 이슈의 파괴력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먹고사는 문제인 민생문제가 아닌 제도 개선의 경우 국민들의 반응도가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국회 본청.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한국 의회가 그간의 극한 대립에서 벗어서 민생정치를 추구할지 주목된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다만 선거 표와 직결된 ‘공무원·군인·사학 연금’ 개혁과 박 대통령 인(人)의 장막과 맞물려있는 ‘정윤회 문건’의 파장은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진보당 해산 사태와 관련해선 여야의 유·불리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먼저 신 교수는 “당사자인 공무원과 그 가족들 포함하면 100만명이고, 여기에 사립학교교원과 군인까지 더하면 그 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며 “정부여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지만, 공적연금 개혁은 추진돼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개헌 등 정치개혁 문제와 관련해선 “야권이 올해 내내 개헌에 군불을 때면서 이슈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 공감대는 떨어질 것”이라며 “다만 현재 관심도가 떨어진 진보당 사태와는 달리 정윤회 비선실세 파문은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적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진보당 해산과 관련, “정부가 공안몰이로 정국을 끌고 간다면, 신(新)공안정국밖에 더 되겠느냐”며 “우리 국민들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경고성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여당이 민주화에 역행한다고 판단할 경우 지지율이 하락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해”라고 말했다.

반면 이상돈 교수는 “선거구제 개편은 헌재가 현행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위헌으로 본만큼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한 뒤 “진보당 해산이나 정윤회 비선실세 논란도 계속 제기될 수 있다. (논란이) 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올해도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 등 박 대통령의 인사시스템 부재와 정부의 공안몰이 등 이념과 진영 간 갈등이 극에 달할 수 있는 ‘정국 화약고’가 산적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념과 지역, 노사 등 극심한 분열 양상으로 치닫는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통합의 리더십”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소장은 이와 관련, “결국 국민대통합을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불통 논란만 불식해도 지지율 40%(최소 35%∼최대 45%)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돈 교수는 “집권여당은 청와대 거수기 논란, 야권은 계파 갈등 등의 문제가 있지만, 결국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문제”라며 “야당의 리더가 흔들리면 야당만 흔들리는데, 정부가 흔들리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고 꼬집었다.

배 본부장은 “새로운 정부의 출범 수준으로 인사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면서 통합인사를 통해 사회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김영란법 통과 등으로 아시아 국가 중 국가 청렴도 최고수준 목표로 정조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의 과제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 △한·중-한·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따른 소외계층 지원 정책 마련 △개인채무 최소화 방안 마련 등 국가 재정건전성 강화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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