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통일 의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 무드를 맞을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북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이해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져 최근 남북간 흐르던 긴장 국면을 벗어나는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고있다.
이희호 여사를 대신해 전날 방북했던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이 25일 "어제 개성공단에서 만난 김양건 비서에게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 설명하자 김 비서가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양건 비서의 반응은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해 왔던 지금까지 북한의 태도와는 거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앞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20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지금 괴뢰패당의 대북정책은 북의 변화와 붕괴에 기본 초점을 두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의 대결정책이 변하지 않는 한 북남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고 비난하는 등 최근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한 잇단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김정은 체제가 3년이 지나 자신감이 붙으면서 국면 전환이 이뤄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앞으로는 북측도 좀 더 유연하게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 이후 남측 인사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 점도 눈길을 끝다. 비록 이번 친서에 구체적인 제안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북측의 대화공세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관측의 배경으로는 이미 조화를 전달할 때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이 사의를 표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재차 감사의 뜻을 전하겠다며 대남담당인 김양건 비서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전날 김 비서를 만나고 돌아와 기자들에게 "김양건 비서가 '내년이 6·15 15주년인데 남북관계가 정말 좋아지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며 "김 비서는 금강산 관광, 5·24조치, 이산가족 상봉 등 문제에서 소로(小路)를 대통로로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김양건의 언급이 구체적인 관계 진전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분위기 탐색 수준이었다고도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도 "남북 당국 간 대화 등과 관련한 구두 메시지도 없었고 그럴 성격의 자리도 아니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북한으로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 여사 등에게 각별한 예의를 표한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친서 전달이란 이벤트를 만든 데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 당국자는 또 김정은을 이른바 '최고존엄'으로 챙기고 있음을 남측에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린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내놨다.
실제 김양건은 공단 내 회의실에서 기립한 자세에서 친서를 읽고 이를 전달했다.
정부가 김대중평화센터 측을 대표해 개성에 가려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방북 신청을 불허한 것도 이런 과정에 휘말려 논란이 증폭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김정은 암살 내용을 담은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으로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북한의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필요로 한다는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의 메시지는 눈여겨 볼만하는 주장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여사에게 보낸 친서에서 김정일 3주기에 조화를 보낸 것에 감사하다며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지에 대한 고결한 의리의 표시"라고 했다. 또 "선대수뇌분들의 통일 의지와 필생의 위업을 받들어 민족 통일 숙원을 이룩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그동안 경색일로를 치달았던 남북관계의 해빙이 가져올 경제적 측면을 고려할 때 박근혜 정부가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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