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인터뷰'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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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2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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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미국이 영화 한 편 때문에 들썩들썩한다.

지난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개봉된 소니 픽처스의 영화 '인터뷰' 때문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미국 토크쇼 진행팀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인터뷰할 기회를 잡았는데, CIA가 이들에게 암살을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다.

영화를 본 이들의 감상 소감은 천차만별이지만, 욕설이 난무하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저질 대사로 채워진 수준 낮은 코미디물이라는게 전반적인 평이다.

그런데도 '인터뷰' 첫날 극장수입이 100만 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인터넷 상에서 불법 다운은 27일(현지시간) 현재 75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내 독립 상영관 320곳에서 개봉을 했는데 첫날부터 입장권이 대부분 매진됐고, 하루 전날부터 인터넷에 배포된 비디오 온 디맨드 상품은 불티가 나게 팔렸다.

영화 한편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미국인들의 주목을 끌게 되었고, 그동안 사실상 잊혀진 것이나 다름없던 북한 문제가 일반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인터뷰'가 뭐길래 그렇게 인기를 끌게 된 것일까?

신문과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인터뷰'는 사실 영화 내용 자체보다는 배경 때문에 관심을 끈 경우다.

설정 자체가 황당하다. 미국의 방송 진행자에게 팬임을 자처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터뷰를 요청한다.

스위스 유학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제1위원장이 미국을 비롯해 서방세계에 호감을 갖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을 거란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다.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서방세계의 영화나 방송을 빠짐없이 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김 제1위원장은 더 호감을 갖고 있는 것 아니겠냐는 추측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전직 NBA 출신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도 그런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의 농구사랑은 철천지 원수인 미국의 농구선수까지 북한으로 불러 들였다.

올해 초 평양의 고층 아파트 붕괴사고로 대장계급을 달고 공사 책임을 맡았던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이 소장, 한국의 준장으로 강등됐다.

북한을 잘 하는 소식통에 따르면 그 정도되면 최부일은 계급장을 떼고 인민보안부장 자리에서도 물러나 숙청당했을 거라 한다.

하지만 최부일은 계급은 강등됐지만 보직은 유지한채 살아남았다. 그것은 바로 김 제1위원장이 어렸을 때 최 부장이 바로 농구를 가르쳤던 농구선생님이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아무튼 김위원장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처했고, 이것이 미국 CIA로 하여금 김정은 암살의 좋은 기회로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적어도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문제에 그렇게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북한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다른 국제문제에 밀려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형식적인 외교 움직임만 있었을 뿐 사실상 미국 정부의 관심은 시리아를 비롯 중동 쪽으로 쏠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 픽처스를 대상으로 한 해킹 공격의 주체가 북한이라는 FBI의 수사결과 발표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일부 언론에서 해킹의 주체는 북한이 아니라 소니 픽처스 내부자의 소행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FBI의 공식 수사결과가 북한이라고 지목한 상황이라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북한을 비난하고 응징을 천명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만일 소니 영화사 해킹 공격의 주체가 정말 북한이라면, 북한은 미국 또는 서방세계 국가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북한에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없지만 미국은 있다. 정부, 특히 대통령이 일반인들의 표현을 규제할 수 없다.

북한의 잣대를 미국에 갔다 대면 안된다. 물론 기분 나쁠 것이다. 자기 나라의 지도자를 암살하는 영화는 그 어떤 나라라 하더라도 기분이 안 좋을게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영화 설정이 너무했다는 미국 내에서의 비판도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는 어디까지나 상상으로 만들어지는 질 수 있기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북한도 억지를 부려도 국제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그렇게 기분이 나쁘면 너희도 미국 대통령 암살하는 영화 만들어라'는 이야기가 나올까.

영화 '인터뷰'의 소위 '대박'은 소니사의 철저한 기획이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말하자면 철저한 마케팅 전력이었다는 것인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소니 픽처스가 3000여곳이 넘는 미국내 대형 극장 체인점을 버리고 300여개의 독립영화사를 선책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니 픽처스 해킹 공격 사건 덕분에 '인터뷰'에 대한 관심폭발은 북한이 어느정도 기여를 한 셈이 됐다.

극장 안에서 한참 웃다 나와 뒤돌아서면 다 잊혀질 그런 영화를 북한이 성공적으로 광고해 준 꼴이 되 버렸다.

결국 북한은 외부세계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막무가내 식으로 밀고 나간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미국이 만든 영화가 소위 자신들의 '존엄'을 건드린다고 판단된다면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사유를 제시하고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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