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인 2014년 갑오년(甲午年)에도 어김없이 메가톤급 태풍이 정국을 뒤덮었다. 정부의 대형 재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을 부르면서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세월호 참사부터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 '헌정사상 첫 해산' 통합진보당 사태까지…. 이념과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한 화약고가 정국을 강타하면서 ‘국민대통합’과 ‘상생의 국회’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특히 그 중심에 청와대가 자리 잡으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미증유의 위기’에 빠졌다. 대안 없이 반대만 외친 야권의 존재감도 땅으로 떨어졌다. 여야가 프레임 싸움에만 골몰하는 사이, 한국 사회의 반(反)정치는 확산일로다. 한국 정치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셈이다.
◆‘野 신당’ 창당 때도 탄탄했던 朴 지지율, 세월호 참사로 급락
갑오년 정국의 최대 사건은 세월호 참사·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등의 파장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폭락한 점이다. 1월 첫째 주 54.5%(이하 리얼미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로 시작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12월 셋째 주 39.9%까지 하락했다. 1년 만에 14.6% 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올해 초 정치권 최대 이슈였던 ‘야권 통합신당’ 출범 당시에도 57.6%(3월 첫째 주)를 기록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세월호 참사 때 40%대, 정윤회 비선정국 때 30%대로 추락한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첫 지지율은 38.3%였다.
4월16일 한국 사회를 수렁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가 ‘관피아(관료+마피아)’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정쟁, 비선정국이 박 대통령의 ‘인(人)의 장막’ 파장을 각각 불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박근혜 위기론’은 불통 리더십과 맞물릴 때마다 일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야권 통합신당이 출범한 3월까지 고공행진을 벌였다. 1월 내내 54% 안팎의 지지율을 보인 박 대통령은 집권 2년차를 맞은 2월 넷째 주 59.6%로 상승하더니, 네덜란드·독일 등 유럽순방을 한 3월 넷째 주에는 62.6%까지 치솟았다.
영남·보수층·60대 이상 고령층의 탄탄한 지지로 꿈쩍하지 않을 것 같았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폭락했다. 5월 넷째 주 50.9%까지 하락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극우성향 파장으로 6월 넷째 주 43.3%까지 급락했다.
◆‘시진핑 방한·7월 재보선’ 지지율↑…비선정국에 40%대 붕괴
인사 파동에 휘청거린 박 대통령을 살린 것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7·30 재·보선 승리였다. 외치(外治) 효과와 야권의 무기력 등이 절묘하게 맞물린 결과다.
시 주석이 방한한 7월 첫째 주 46.1%로 지지율 반전 모멘텀을 형성한 박 대통령은 7·30 재·보선의 컨벤션 효과를 누린 8월 첫째 주 49.5%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8월 둘째 주 51.4%로 국정 주도권을 잡았다.
19대 후반기 들어 ‘박영선(당시 원내대표) 파동’에 휩싸인 새정치연합의 추락으로 반사이익을 본 박 대통령은 이후 45%∼50%대 지지율 사이를 오갔다. 이 때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 정도 선을 유지하면서 갑오년을 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역시 역동적이었다. 11월28일 세계일보의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이라는 제하의 단독 보도로 시작한 비선실세 의혹이 박 대통령을 강타, 12월 첫째 주 46.3%까지 하락했다.
정윤회씨를 중심으로 한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박관천 경정(전 행정관) 간 갈등이 확산일로를 걷자 12월 둘째 주 39.7%로 추락,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40%대 지지율이 붕괴됐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종북 논란’이 연말정국의 돌출 변수로 등장하면서 보수진영이 재결집, 12월 셋째 주 39.9%로 다소 반등했다.
갑오년 정국에서 나타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세월호 참사와 문창극 사태로 50%대,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으로 40%대 붕괴로 요약된다. 야풍(野風·야권 바람) 등 외부 요인이 아닌 내부 요인에 따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출렁인 셈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대통령 지지율 측면에서 부정 평가 요인이 급속히 확산함에도 해결책 모색되지 않았다”며 “국정운영 스타일에 문제점 드러낸 것으로 이를 극복할 리더십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與 40%대 VS 野 20%대…‘反 정치’로 부동층 증가
60%대에서 30%대 후반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역시 폭은 적지만 지지율 하락 추세는 막지 못했다.
1월 첫째 주 46.6%로 시작한 집권여당은 야권 통합신당이 출범한 3월 첫째 주 47.8%로 흔들리지 않는 지지율을 보였고, 세월호 참사에 직격탄을 맞은 4월 마지막 주에도 43.5%를 기록했다.
정윤회 비선 정국이 정국을 휩쓴 11월 마지막 주 43.4%로 나타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12월 셋째 주까지 ‘42.6%→38.9%→39.6%’ 등을 기록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폭만큼은 아니지만, 새누리당 역시 비선정국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구(舊)민주당의 1월 첫째 주 지지율은 21.3%였다. 야권 통합신당이 출범한 3월 첫째 주 38.3%까지 상승한 새정치연합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둘러싼 당 내홍으로 4월 둘째 주 28.5%로 추락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반(反)박근혜’ 기류에 근근이 버티던 새정치연합은 ‘박영선 파동’이 극에 달했던 9월 마지막 주 18%로 수직 하강했다. 야권의 아킬레스건인 친노(親盧·친노무현)그룹과 비노(非盧·비노무현)그룹 간 갈등이 지지율 하락을 촉진한 셈이다. 제1야당의 12월 셋째 주 정당 지지율은 24.1%로 집계됐다.
세월호 특별법과 정윤회 비선실세, 통합진보당 해산 등을 둘러싼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기성 정치권을 비토하는 무당파는 다소 증가했다. 1월 첫째 주 21.7%였던 무당파는 12월 셋째 주 28.9%까지 상승했다.
다만 여야는 10월31일 수개월째 격론을 펼치던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고,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2015년도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에 통과시켰다. 예산안의 법정기한 내 통과는 12년 만에 처음이다.
이 밖에 여야는 국회에 제출된 지 1년7개월 만인 지난 9일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을 가결했고, 최근 6년 동안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부동산 3법’에 합의하면서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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