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2014년은 지상파 드라마가 유난히 고전했던 한 해였다. 톱스타를 내세워도 10%의 시청률을 넘기지 못하고 쓸쓸하게 종영한 작품이 많았다. 이에 반해 케이블 드라마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풍성한 2014년을 보냈다.
'미생'과 '라이어게임', '닥터 프로스트'는 모두 만화·웹툰으로 인기를 끈 작품. 2D의 그림이 3D의 드라마로 바뀌면서 원작의 캐릭터와 이야기 구조가 새롭게 다듬어졌다. 탄탄한 원작과 모험적이면서도 억지스럽지 않았던 각색, '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장르의 독특함은 케이블 드라마의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졌고, 시청자의 뜨거운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 '미생', 결국엔 '완생'
단연 돋보인 드라마는 tvN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이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미생'은 사실 방송 전만 해도 그리 큰 기대감을 얻지 못했다. 이미 원작이 사랑을 받은 만큼 김원석 PD는 지난 10월 제작발표회에서 "원작이 가지고 있는 기본을 최대한 지키되 원작의 디테일에는 구애받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1회가 방송되자마자 '미생'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고, 마지막회는 자체최고시청률인 8.3%(닐슨코리아 유료가구기준)로 막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매회 방송 직후 '미생'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으며, 주연배우인 임시완(장그래), 이성민(오상식), 강소라(안영이)와 조연 김대명(김대리), 전석호(하대리), 태인호(성대리), 변요한(한석율), 강하늘(장백기)까지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미생'은 웹툰에 없는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하거나 기존의 캐릭터에 풍성함을 더하면서 기존 리메이크 작품이 갖고 있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장 생활을 바둑에 빗댄 참신한 기획과 현실적인 직장인 캐릭터, 완성도 높은 스토리 등이 주요 인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계약직으로 살아가는 장그래의 시한부 삶과 '갑'들의 전쟁터에 던져진 '을'의 고군분투,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회사원들의 눈물 겨운 우정 이야기는 시청자의 공감대를 건드렸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 '라이어게임' 끝나지 않은 '필승법'
tvN '라이어게임'(극본 류용재·연출 김홍선)은 총상금 100억원 앞에 놓인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담은 반전 심리 드라마다. 일본에서는 작가 카이타니 시노부의 만화가 큰 인기를 누렸으며,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일본 후지TV 드라마 역시 성원에 힘입어 시즌2까지 방영됐다. 국내에서도 마니아가 생길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라이어게임'은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국내 정서에 맞는 드라마로 다듬어졌다. 원작에서 게임을 진행하던 LGT사무국은 '라이어게임' 쇼를 진행하는 방송국으로 바뀌었고, 쇼호스트 강도영(신성록)과 쇼의 담당 PD 어윤주(차수연), 새로운 음모를 꾸미는 장 국장(최진호) 등 가상의 인물이 추가돼 다소 작위적이고 만화적 원작 설정에서 벗어나 개연성을 높였다.
속고 속이는 등장인물들 간의 교묘한 심리전, 필승법을 찾기 위한 치열한 두뇌 싸움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됐고 덕분에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까지 드라마를 즐길 수 있었다.
◇ '닥터 프로스트' 단순한 수사극이 아니다
이종범 작가의 웹툰 '닥터 프로스트'(Dr.Frost)는 천재 심리학자인 프로스트가 공식·비공식적으로 수사팀에 합류해 범죄를 해결하는 심리 수사극. 동명의 웹툰은 OCN에서 드라마 '닥터 프로스트'(극본 허지영·연출 성용일)로 재탄생됐다. 일상 속 범죄를 닥터 프로스트(송창의)의 천재적 추리 능력으로 해결하고, 범죄 속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내면의 병들을 심리학으로 치료해 나가는 '닥터 프로스트'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다양한 볼거리로 호평을 받고 있다.
기존의 웹툰 드라마처럼 '닥터 프로스트' 역시 원작에 변형을 가해 수사물로 전환했다. 일부 팬들은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지만,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려내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배우 송창의의 파격 변신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은발로 탈색하는가 하면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캐릭터를 위해 날렵한 얼굴선과 날카로운 눈빛으로 돌아왔다. 한층 깊어진 카리스마로 송창의는 자신만의 프로스트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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