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장보리'부터 '압구정 백야'까지…MBC 드라마, 막장은 영원하리 [2014 지상파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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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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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지상파 3사 드라마 중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대박'을 친 곳은 역시 MBC였다. '기황후'를 시작으로 '야경꾼 일지', '왔다! 장보리', '전설의 마녀', '마마', '오만과 편견' 등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일주일을 책임졌다. 이쯤 되면 MBC가 '드라마 왕국' 타이틀을 되찾고 명예를 회복했다는 칭찬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막장'이라는 틀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은 기본이고 '사람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은 자극적이었지만, 그만큼 드라마의 정당성을 약하게 만들어 아쉬움을 남겼다.

◇ '왔다! 장보리', '악녀' 연민정의 힘

올해 MBC에서 가장 '대박 난'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연출 백호민)다. 자체최고시청률 37.3%(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평균 20.8%를 기록하며 MBC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국민드라마로 불린 만큼 배우들도 인기 대열에 올랐다. 연기경력 20년의 배우 황영희부터 이유리, 성혁, 아역배우 김지영까지 전성기를 누리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친딸과 양딸이 뒤바뀌면서 극도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는 두 딸 연민정(이유리), 장보리(오연서)와 두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진부한 내용은 특유의 빠른 전개, 분명한 선악 구도, 쉬운 이야기 전개로 남녀노소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었다.

'희대의 악녀'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 연민정은 섬뜩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악행을 저질렀고, 표독스러운 웃음과 죄를 모르는 뻔뻔함으로 타이틀롤인 장보리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유리의 표독스러운 연기는 '2014 MBC 연기대상' 영예의 대상을 안겨주었다.

◇ '압구정 백야' 돌아온 임성한 작가, 성적은 글쎄?

'막장 드라마의 대모'라고까지 불리는 임성한 작가가 10개월 만에 돌아왔다. 한때 연예계 퇴출 여론이 조성될 만큼 논란의 중심에 있었지만, '시청률 메이커'로 불릴 만큼 탄탄한 시청층을 갖고 있기에 '압구정 백야'(연출 배한천 최준배)로 돌아온 임 작가에게 대중의 관심이 쏠린 것도 사실이다.

전작 '인어아가씨'(2003), '하늘이시여'(2006), '오로라 공주'(2013) 등에서 개 사주보기, 유체이탈, 염불 외기 등 황당한 상황이 연이어 발생한 것에 비해 '압구정 백야'는 출생의 비밀과 불륜, 차원이 다른 시월드로 연결되는 '막장 코드'를 두루 갖추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사건 없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확실히 그동안 임성한이 보여준 작가 세계와는 다른 모습이다. 시청자들의 공분을 살 막장은 눈에 띄게 덜어냈다. 하지만 오히려 지지부진한 전개와 소극적인 이야기는 10% 초반대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명성이나 화제성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정임이 분명했다.

총 120회 방송 예정인 '압구정 백야'는 이제 막 중반에 접어들었다. 임성한이 '압구정 백야' 초반 부진을 딛고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장미빛 연인들' 이게 청정 드라마라고?

'왔다! 장보리' 후속작으로 등장한 '장미빛 연인들'(극본 김사경·연출 윤재문)은 막장 없는 '착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크게 한 번 넘어졌지만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나 인생에 대한 해답과 행복을 찾아가는 주인공과 그 가족을 통해 희망을 그린 드라마라는 설명에서도 힘든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로 여겼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장미빛 연인들'은 연민정보다 더 악한 백만종(정보석), 사고로 낳은 아이를 버리는 비정한 엄마 백장미(한선화), 얽히고설킨 세 가족의 이야기 등 기존의 막장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이를 물건처럼 주고받고, 버리고 가로채는 전개부터 출생의 비밀까지 곳곳에 배치했다.

그럼에도 빠른 전개와 여기저기 놓인 막장 소재는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21일 방송분은 19.6%를 기록하며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으며, 꾸준히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장미빛 연인들'이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될지, '청정 드라마'의 모습을 보일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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