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동영 신당 출현이냐, 야권 통합이냐’ 정치적 시험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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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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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왼쪽). 문 의원은 29일 국회애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오른쪽은 불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의원. [사진=새정치민주연합 제공]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노동 중심의 제3지대 신당 창당이냐, DJ(김대중 전 대통령) 유훈인 야권통합이냐.”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 대표 도전을 천명한 친노(親盧·친노무현)그룹 좌장인 문재인 의원이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당내 대표적인 비노(非盧·비노무현)계인 정동영 상임고문의 신당 창당설이 끊이지 않는 데다 진보진영 안팎에서도 ‘노동 중심’의 제3지대 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문 의원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정동영 신당의 파괴력과는 관계없이 ‘야권 신당’ 창당이 현실화될 경우 야권분열이 새정치연합 2·8 전국대의원회(전대) 과정에서 ‘원심력’으로 작용, 야권발(發) 정계개편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높다. 

60년 전통의 제1야당 차기 당 대표에 가장 근접한 문 의원이 이 과정에서 정동영 신당 창당을 방관하거나 비판한다면, 차기 대권주자의 중요한 검증 잣대인 ‘위기관리능력’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문 의원이 당 안팎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신당 창당에 불 지핀 鄭, 야권發 정계개편 분수령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박 의원은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문재인 의원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정 상임고문 측은 이르면 신년 초 ‘(가칭)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이하 국민모임)’과 함께하는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당 내부에서는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급속히 상실한 정 상임고문이 신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정 상임고문은 사실상 정치적 복귀 무대였던 2010년 10·3 전대에서 ‘담대한 진보’를 표방하며 재기를 꿈꿨으나 당시 손학규 상임고문에게 패했고, 이후 2012년 19대 총선(서울 강남을) 낙선, 같은 해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불출마 등의 시련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한때 ‘조직의 정동영’으로 불렸던 정동영계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18대 대선 이후 재·보선 때마다 정동영 상임고문의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19대 총선 이후 당을 장악한 친노그룹은 끝내 그를 외면했다. 정 상임고문의 신당행도 이 같은 친노 패권주의와 무관치 않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30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정동영 신당 창당과 관련해 “가능성이 있다”며 “정 상임고문의 탈당보다는 이후 비노그룹이 탈당을 결행하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제3지대 창당의 성공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이유로 하나의 ‘설’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제3지대 신당의 경우 △대중적 지지율 △당내 조직기반 등이 결여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 초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리얼미터의 12월 넷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결과에 따르면 여야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정 상임고문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고, 야권 후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2.7%로 정세균 의원과 함께 공동 6위에 그쳤다. 

문 의원은 17.8%로 1위를 기록했고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15.0%), 김부겸 전 의원(11.2%), 안철수 전 공동대표(9.7%), 안희정 충남지사(6.5%), 김영환 의원(1.6%) 등의 순이었다.

◆친노에 비토당한 정동영, 文 위기관리능력 시험대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 [사진=정동영 블로그]


안철수 신당이 정치권을 휘감은 올해 초 안 전 대표는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24.4%로 야권 후보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창당을 전제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은 26.7%를 기록하며 민주당(13.2%)을 압도했다. 당시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42.3%였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정동영 신당에 대해 “대중적 지지도와 당내 조직기반이 없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정 상임고문이 2007년 대선 이후 지금처럼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느냐. 결국 전대 이후 정치적 공간을 크게 가지려는 것으로, 문 의원을 향한 러브콜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정 상임고문의 행보에도 미묘한 흐름이 감지됐다. 그는 지난 27일 자신의 지지자들과 가진 연말모임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밀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치권과 언론은 정동영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정 상임고문은 2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와 관련, “아직 최종 결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신당 창당의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은 셈이다.

정 상임고문 측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당 창당과 관련, “아직 구체적인 말을 하기는 힘들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야권분열 여부가 문 의원의 위기관리능력에 달렸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다.

문 의원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遺訓)인 야권통합신당 건설을 외면한 채 정 상임고문은 물론 비노그룹의 탈당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을 경우 ‘문재인 체제’ 전후로 위기론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권 도전을 넘어 2017년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문 의원으로선 대선 막바지 다시 야권통합을 외치는 상황논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부담이다. 비노계인 김영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대 이후 당 지지율이 그대로면 분당 위기”라고 잘라 말했다.

야권통합을 향한 문 의원의 적극적인 스킨십에 따라 문 의원의 차기 대권가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문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가진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동영 신당과 관련, “그런 얘기가 나와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문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우리 당의 스토리 있는 당원과의 간담회’를 열고 2·8 전대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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