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7일 만에 임·단협 잠정 합의,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첫 고비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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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3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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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울산 본사에서 만나 임·단협 연내 타결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로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 24일은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친정으로 복귀한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이날 7개월여간 끌어왔던 노동조합과의 임·단협이 극적인 합의를 이루는 듯 했으나 좌절됐다. 이후 일주일. 대부분의 사안을 의견을 맞춘 노사는 마지막 단계에서 논쟁을 거듭하며 아쉽게 좌절됐다.

2014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노사는 결국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권 사장 취임 107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 9월 15일 사장에 취임하며 울산 조선소에 내려온 권 사장은 이후 울산에 머물며 회사 정상화 작업과 함께 임·단협 타결에 주력해왔다. 10월 31일에는 앞서 회사로 복귀한 최길선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 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특별한 취임 행사 없이 강행군을 진행했다.

5월 14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진행된 임·단협은 그동안의 희생을 보상 받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염원과 연 이어 터진 대규모 부실을 기록한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한번 만 더 참아달라는 사측의 요청이 부딪치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런 과정에서 최 회장과 권 사장이 복귀했고, 이후 현대중공업은 조직개편에 따른 임원 수 축소, 연봉제 도입 등 회사 인력 구조를 변혁시키는 작업을 주도했다. 이러한 과정은 노조 조합원들에게 더욱 큰 불안감을 심어줬고, 노조는 결국 19년 무분규 기록을 깨고 부분파업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구성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돌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권 사장은 조합원들과 소통을 위해 출근하는 직원들을 직접 만나는 스킨십 경영을 펼치는 한편, 회사가 성장하는 시기에 사측이 직원들에게 보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말도 건냈다. 반면, 무분규 기록이 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12월에 들어서며 노사간에는 연내 합의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노사협상이 12월 들어 잇따라 타결된 점도 잠정합의의 필요성을 확산시켰다. 노조는 올해 협상 과정에서 지난 30일 4시간, 17일 7시간, 지난 4일과 지난달 27일 각각 4시간 등 4차례 부분파업을 강행하며 사측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했다. 비록 20년 무분규 기록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노조의 부분파업은 임·단협 잠정 합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마지막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권사장과 정병모 노조위원장의 만남은 상황을 반전시켰다. 두 사람은 이날 만남에서 연내 합의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후에 진행된 교섭에서는 합의라는 목표를 두고 이뤄져 31일 타협을 이뤄냈다.

잠정 합의안은 △기본급 대비 2%인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150%(주식 지급) + 200만원 지급 △직무환경수당 1만원 인상 △상품권(20만원) 지급 △상여금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 △특별휴무 실시(2015년 2월 23일) 등을 담고 있다.

노사는 또 초봉과 임금격차 개선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1분기 안에 합의하기로 했다. 정년연장과 관련해서는 2015년 1월부터 정년을 60세로 확정하고, 임금 삭감폭을 줄이기로 했다. 이밖에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원 출연, 노동조합 휴양소 건립기금 20억원 출연안 등도 마련했다.

어려웠지만 합의안을 이끌어 냄으로써 권 사장은 취임 후 최대 과제 해결에 있어 9부 능선을 넘어섰다. 이제 공은 노조 조합원들에게 달려있다. 노조는 새해 1월 7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날 투표 결과 찬성 가결되면 권 사장은 2015년 흑자 전환 및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다. 하지만 부결된다면 권 사장 개인의 입지는 물론 회사도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노사가 힘을 모아 하루빨리 경쟁력을 회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임직원의 노고에 힘을 보태기 위해 최선의 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형균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잠정합의안에 대해 조합원들이 미진하다고 여기는 기본급 부분은 내년 임금체계 개선을 통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노사 모두 한 발 양보해서 회사의 재건에 힘을 쏟기로 했다.

노사가 한마음이 된 현재의 분위기를 향후 권 사장이 어떻게 이어나갈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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