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국정에 올인(All in·다 걸기)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살려라.”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개혁의 골든타임(Golden Time)’인 집권 3년차를 맞았다.
2013년 취임 직후 터진 청와대 인사 난맥상과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위기를 맞은 박 대통령은 2년차 때 세월호 참사,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과 맞닥뜨리면서 개혁의 동력을 급속히 상실했다. 을미년(乙未年)은 박근혜 정부 임기 5년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인 셈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신년 초부터 △노동·금융·공공기관·연금·교육·주택 등 6대 구조개혁 △남북관계 개선 △청와대 개각을 통한 인적시스템 개편 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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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날 신년사 육성 연설을 통해 ‘남북 고위급 접촉 재개 및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을미년 새해 벽두부터 남북관계가 요동, 박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성장과 내수침체 회복, 청와대 인적 개편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벼랑 끝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朴 대통령 “4만 달러 시대 열겠다”…‘개혁이냐 갈등이냐’
박근혜 정부의 집권 3년차 최우선 과제는 단연 ‘민생 경제’ 활성화다. 전세계가 저물가·저성장의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한국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데다 개방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경제가 안고 있는 리스크에 온전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만큼 경제혁신에 모든 것을 다 걸겠다는 계획이다.
경제개혁을 위한 대전제는 ‘노동·금융·공공기관·연금·교육·주택’ 등 6대 구조개혁이다. 경제성장을 갉아먹는 적폐의 타파를 통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오는 12일께로 예정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구조개혁’을 새로운 국정 아젠다로 제시한 뒤 △노동시장 개혁 △금융규제 개혁 △공공기관 정상화 △공무원연금 개혁안 추진에 당·정·청의 역량을 총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전반의 대대적인 구조개혁과 최경환 경제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맞물릴 때만이 경제성장 및 내수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꾀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갑오년 마지막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며 “경제회복의 불꽃을 크게 살려내고, 창의와 혁신에 기반을 둔 경제로 체질을 바꿔가면서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여는 기반을 다져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의 새로운 국정기조인 ‘구조개혁’이 경제성장과 사회갈등 등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안고 있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이다.
이미 공무원연금과 사학·군인 연금 등을 둘러싼 당·청 간 갈등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간제·파견(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사회적 대타협은커녕 구조개혁이 극심한 이념·계층 갈등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 구조개혁 과정에서 노동계 등 이해당사자의 극한 저항의 수습에 따라 정부의 명운이 갈릴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靑 인적개편도 중요 변수
남북·한일 관계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내치(內治)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남북관계 개선 등 외치(外治)를 통해 정국주도권 확보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어서다.
박 대통령은 새해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며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실질적인 기반을 구축하고 경제 재도약과 국가혁신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침 김정은 제1위원장도 이날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끊어진 민족적 유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김 제1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의 열쇠를 우리 정부로 넘겼다는 점이다. 김 제1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 2년차 내내 ‘북핵 불용’ 기조로 남북관계 경색의 실마리를 제공한 박근혜 정부가 ‘유연한 원칙론’과 ‘실용주의’로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할 대목이다. 경제뿐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도 골든타임이 임박한 셈이다.
또한 정부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한·일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말 총선에서 자민당의 압승으로 아베 총리의 3기 내각체제가 ‘우경화’와 ‘군사대국’을 천명한 터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미·일·중의 관계가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 구조개혁과 남북관계 개선 등 위기의 내·외치를 정면 돌파할 방법은 인적쇄신을 통한 지지율 회복이라고 말한다. 높은 지지율 담보 없이는 국정운영의 강한 드라이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인 ‘정윤회 문건’ 파동이 정국을 강타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의 인적개편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이 인적개편을 단행할 경우 현재 여권 내 친박(親朴·친박근혜)계와 비박(非朴·비박근혜)계 갈등은 물론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의 관계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청와대 인적개편시스템을 전면 개혁하고, 통합 인사를 통해 갈등의 최소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한 뒤 “대일 외교의 경색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대북정책은 제2·제3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협력 모델을 집중 부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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