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피 종가는 전년도 말 대비 4.8% 하락했다. G20 국가 중 우리보다 주가 상승률이 저조한 국가는 러시아(-45%)뿐이었다. 현재 러시아가 유가하락과 화폐가치의 폭락, 정치적 음모론 등 온갖 불안 요인을 안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주식시장은 사실상 G20 국가 중 꼴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증시의 성적표는 2012년과 2013년에도 20개국 중 13위, 14위에 그쳐 3년 연속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4년 한국 사회와 정치, 경제 및 증시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된 느낌이다.
세월호 비극 이후 한국 사회는 극심한 무력감과 상실감에 빠져 지금까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는커녕 분열과 갈등으로 실망감만을 안겨 주었다. 또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어닝쇼크를 기록해, 하반기 주가 상승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증시 거래량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출범 초기 기대를 모았던 롱숏 헤지펀드들도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냈다. 북미 자원개발 인프라에 투자하는 마스터합자회사(MLP)펀드도 상반기 최고 히트상품으로 평가받았지만, 유가급락으로 수익률이 반토막이 났다.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거기에 연말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에 따른 수급 잡음과 변동성으로 인해 여의도의 펀드 매니저들도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해를 마감해야 했다.
이런 힘들었던 기억들을 뒤로 하고 이제는 2015년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를 둘러싼 변수들은 녹록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당장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저유가로 인한 글로벌 캐팩스 감소와 엔화 약세 등 금융시장의 불안도 문제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의 산업영역 파괴와 남북 관계의 변화 가능성, 그리고 재벌 3세들의 본격적인 경영행보도 예상된다. 매크로와 정치, 산업과 한국의 특수성 등 굵직한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런 변수들이 불러올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한다면 이는 한국 경제의 위기라기보다는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급격하게만 이뤄지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 이후 오히려 금융 시장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유가 하락이라는 변수도 캐팩스 감소라는 초반의 고비를 넘게 되면, 한국 경제의 코스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기회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정보기술(IT)의 발전이 금융과 유통의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정치권과 산업계, 금융계가 제대로 인식하고, 현재의 과도한 규제를 해결해준다면, 우리에게도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된다. 남북 관계의 변화도 성장을 목말라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는 한국 재벌 그룹들이 본격적인 3세 경영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벌 그룹이 상속과 경영 승계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될 경우 기업가 정신으로 뭉쳐있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과연 승리할 수 있겠는가라는 우려는 지울 수 없다.
2015년은 한국 경제와 증시에 있어서는 어쩌면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지도 모른다. 사회 지도층과 정치권들의 올바른 상황 인식과 대처가 뒷받침돼 우리 경제 및 사회 시스템의 약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한국 경제는 분명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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