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고을에 칭찬이 자자했고, 집안에서도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런 이 집에 새색시가 시집을 왔다. 시집온 지 사흘째 되는 날부터 부엌살림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불씨 지키는 일도 새색시의 몫이 되었다. 저녁이 되자 새색시는 이글이글 타는 아궁이 잉걸불을 불씨항아리에 옮겨 담았다.
잉걸불은 불이 이글이글 핀 숯덩이를 말한다. 새색시가 얼마나 기합을 잔뜩 주고 열심히 불씨를 보관했겠는가.
하지만 이튿날 아침 날벼락이 떨어졌다. 항아리에 담은 불씨가 꺼져 있었던 거다. 눈앞이 캄캄해진 새색시. 무려 7대를 이어온 것이 자신의 손안에서 꺼졌으니 보통 두렵고 막막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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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미는 집안 망했다고 통곡을 하고 시아버지는 설마 집안이 망하겠냐며 며느리 손을 들어주었다.
부싯돌로 불을 쳐서 며느리에게 새 불씨를 넘겨준 고마운 시아버지. 하지만 이를 어째! 그 날 밤도 신경 써서 불씨를 보관했건만 다음 날 또 불씨가 꺼져 있었다. 어이쿠!! 며느리는 필시 누군가 고의로 불씨를 꺼뜨린다고 생각하고 불침번을 섰다. 아니나 다를까! 수상한 작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 누고? 새파란 옷을 입은 조그만 여자 아이가 아닌가. 요 꼬맹이가 불씨 항아리에 오줌을 싸버렸다.
당연히 불씨는 또 꺼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냥 당할 수는 없지!’ 새색시는 몰래 다가가 여자애 치맛자락에 명주실을 꿰었다.
날이 밝으면 아이 집을 찾아가 혼 구멍을 내주는 게 목표였던 것이다. 다음 날 자초지종을 들은 식구들은 다 함께 명주실을 따라 길을 나섰다. 실은 마을을 벗어나 깊은 산속으로까지 이어져 있었고 까마득히 높은 바위 꼭대기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식구들은 서로 밀고 당기면서 바위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바위틈 풀무더기 사이에 매여 있는 명주실을 발견한다. 풀 밑을 파보니 산삼이 나왔다. 그 밭은 산삼이 지천으로 널려있었다.
Oh My God~!!! 이 집은 산삼을 팔아서 큰 부자가 되었다. 칠 대를 내려오는 동안 불씨를 지킨 정성이 갸륵해 산신령님이 주신 복일 지도 모르겠다. 불씨 꺼뜨렸다는 오명을 쓸 뻔했던 새색시도 시댁 식구들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잘 살았단다.
홍영우 작가가 함경도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민담을 정리하여 2010년에 펴낸 ‘불씨 지킨 새색시’라는 동화책 이야기다. 그만큼 우리 선조들의 생활에서 불씨는 소중한 도구였다.
그 시절엔 불씨를 꺼뜨리면 소박까지 맞았다고 하니 그 중요성을 알만하다. ‘불씨’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언제나 불을 옮겨 붙일 수 있게 묻어 두는 불덩이’ 또는 ‘어떠한 사건이나 일을 일으키게 되는 원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 2014년 들어 청년취업난 해소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불씨 ‘일학습병행제’가 도입되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일학습병행제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보다 좋은 제도를 찾기 어렵다.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인재를 기업 스스로 키워내고 정부와 교육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졸업예정인 이 모 씨(29세)와 4명의 학생은 대학을 졸업하고 공시족으로 몇 년을 허비하다 특수용접과에 입학하여 시화공단의 플랜트 설비업체에 일학습병행제 학습근로자로 입사했다.
얼마 전 회사를 방문한 필자에게 ‘부족했던 이론과 실기분야를 계속해서 연마할 수 있고, 회사의 업무와 연계한 특정 기술을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학습병행제는 청년취업자에게 일에 대한 성취와 보람을 가질 수 있게 해주고, 기업은 유능한 기술인재를 확보할 수 있어 경쟁력 강화에 큰 힘이 된다. 이제 불씨는 지펴졌다.
청년실업과 구인난 해소를 동시에 해결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불씨를 지핀 셈이다.
며느리에게만 맡겨 놓고 잘되면 본전, 안되면 타박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기업과 교육기관, 정부가 전사적으로 참여하여 이 불씨를 온전하게 지켜내고 활활 타오르게 해야 한다.
혹시 아는가? 이 불씨를 잘 지켜내면 산신령이 우리나라 모든 산을 산삼밭으로 만들어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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