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정부가 지난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경제가 올해는 그간의 부진을 씻고 성장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안팎의 상황을 따져보면 올해 역시 상황은 만만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내부적으로는 수요부진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데다 1000조원을 넘어서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도 큰 위협인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일본 엔저·유로존과 중국의 금리인하 등 글로벌 환율전쟁, 미국 금리인상으로 자금 유출 우려, 저유가로 인한 러시아발 위기,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등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글로벌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디플레이션·가계부채·대외리스크' 등 한국 경제성장의 3대 걸림돌에 적극적인 대처가 뒤따르지 못한다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소비자물가 상승률 0%대 진입…디플레이션 우려 커져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8%에 그쳐 14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앉으며 0%대에 진입했다. 26개월 연속 0~1%대 상승률로 장기화된 저물가 탓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한국경제의 저물가 현상은 수요 부진이 원인이라는 점이 문제다.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수요가 줄어 물가하락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부진→물가하락→투자감소→수요부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악순환은 과거 일본의 장기불황이 시작할 때의 모습으로 한국경제 역시 수요를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한국경제의 뇌관…1000조원 넘어선 가계부채
가계부채의 규모는 이미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선 데다 증가 속도마저 소득증가에 비해 무척이나 가파르다. 이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받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순수 일반가계 부채인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1060조원을 넘어섰다. 소규모 자영업자 부채까지 포함한다면 지난해 2분기 말 1242조원에 달했다. 문제는 소득은 변함없는데 부채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60%를 뛰어넘어 170%를 넘보고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소비자의 부채상환부담 증가로 소비심리 침체를 가져오고 침체된 소비심리는 내수활성화의 발목을 잡게 된다.
학계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안정화 시켜야 침체된 소비심리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며 "소비심리의 회복이야말로 장기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열쇠"라고 지적했다.
◇ 엔저·미국 금리인상·저유가로 인한 러시아발 위기 등 산적한 대외리스크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일본의 엔저 정책 장기화에 유로존과 중국의 동참으로 인해 올해도 글로벌 환율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기록적인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경제위기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발 위기는 세계경제가 숨죽여 바라볼 만큼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를 유지해온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하고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시사함에 따라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 유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무엇보다도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가 뼈 아프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p 떨어지면 우리나라 총수출은 1.7%p, 성장률은 0.4%p 떨어지게 된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글로벌 리스크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예상보다 더 큰 파장이 올 수 있다"며 "대외 변수에 대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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