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연일 지속되는 국제유가 급락이 러시아와 브라질 등 자원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전날에 이어 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2.11달러(4.2%) 떨어진 배럴당 47.93달러에 마감했으며 이는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마감 가격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보다 1.75달러(3.3%) 내린 배럴당 51.36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배럴당 50 달러를 밑도는 급락은 대부분의 자원국이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이에 따라 세출억제 등 대응에 쫓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제유가 급락은 자원 소비국에게 혜택을 주기 때문에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플러스 효과가 있지만 자원국 경제의 급속한 악화는 세계 경제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 가격은 작년 6월에 비해 50% 이상 떨어졌다. 일부 자원국은 세입의 대부분을 상품 수출대금으로 의존하고 있어 경제와 재정 악화 우려가 자국 통화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국 통화의 급락을 막기 위해 러시아는 작년 12월에 6.5%라는 대폭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서방국가의 경제제재로 경제 침체가 심각하다. 러시아의 외환준비고는 작년 12월 시점에 4000억 달러(약 450조원)로 아직 여유가 있지만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금리와 물가가 상승하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는 향후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과 복지 관련 지출을 억제시켜야 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란은 3월에 시작될 신년도 예산 편성의 전제로 상정한 원유가격을 배럴당 100달러에서 72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 식료보조금의 삭감과 소득세 증세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작년 12월25일에 발표한 신년도 예산에서 원유 판매수익 감소로 4년 만에 적자예산을 편성했다.
휘발유 수입국인 브라질은 국제유가 하락의 혜택을 받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는 해저유전 개발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 우려되고 있으며, 5일(현지시간) 발표한 2014년 무역수지는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브라질의 주된 수출품목인 철광석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의 영향이 컸다.
베네수엘라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외화준비고가 급감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작년 11월 금리인상과 통화 절하를 단행해 국내 물가가 급등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유엔아프리카경제위원회(UNECA)는 “국제유가 하락은 아프리카 경제에 있어서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 12월 나이지리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7%에서 5%로 하향 조정했으며 독일은행은 아프리카 대륙 2위 산유국인 앙골라에 대해 “2015년 재정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배럴당 110달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대폭적인 세출삭감을 압박받고 있다.
산유국 가나의 존 드라마니 마하마 대통령은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하면 세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하고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 건설계획을 재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가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민주화가 지체된 자원국에서는 정부가 보조금을 남발해 국민의 불만을 억제시켜 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대폭적인 세출삭감은 정치적인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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