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70주년 ‘아베담화’ 새로운 갈등의 불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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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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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에현 이세시에서 연두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일본수상관저 공식 홈페이지 ]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예정인 ‘아베담화’가 한국, 중국, 미국 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 5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아베담화’에 대해 언급한 직후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담화와 관련해 “일본이 이웃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 이번 아베담화가 식민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답습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도록 촉구한 배경에는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싼 아베 총리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미국은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으로 외교 여력이 없어 한국과 일본의 더 이상의 갈등을 회피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13년 12월, 아베 총리의 기습적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된 바 있어 이번 ‘아베담화’가 역사인식문제에 대한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을 미국 정부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구상하는 아시아중시전략은 한국과 일본이라는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화해 그 힘을 기초로 중국을 국제규범의 틀에 따르게 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의 전제가 되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미국은 그 대가를 치러야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쿠바와의 국교정상화교섭에 집중하기 위해서도 한일 간 대립의 문제 수습에 쫓기는 상황을 원하고 있지 않다.

또한 한국과 중국도 ‘아베담화’의 내용에 많은 경계를 나타내고 있다. 홍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과거 침략의 역사를 두고 대외적으로 어떠한 시그널을 보내고 태도를 취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견제하면서 “역사문제에서 이제까지 답습해 온 엄숙한 태도를 지켜달라”고 무라야마 담화의 답습을 촉구했다.

한국 외교부도 “역대 내각의 담화를 계승하고 올바른 역사인식에 입각해 성의있는 행동으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아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지적해 “담화 내용을 예의주시 한다”고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연두 기자회견에서 “지난 전쟁에 대한 반성, 평화국가로서 가야할 길, 세계에 어떠한 공헌을 해나갈지에 대한 지혜를 결집시킬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담화 발표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NHK방송은 7일 일본정부가 이르면 이달 중 ‘아베담화’의 문안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담화 초안 작업을 진행할 지식인회의를 이달 중에 설치하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인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베 총리와 가까운 의원들 사이에서는 "담화는 한국·중국에 대한 사과를 목적으로 내는 것이 아니다"는 목소리도 있어 한국과 중국에 대한 배려가 강한 내용의 담화가 나오면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보수 세력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 무라야마 담화란? 
종전 50주년을 맞은 1995년 자민당과 사회당의 연립정권에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각의 결정해 발표한 담화다. 담화에는 "식민지배와 침략에 의해 많은 국가 특히 아시아지역의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침략을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을 표하며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사죄한 내용으로 일본정부의 공식 견해에서 처음으로 '침략'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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