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여야가 12월 임시국회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7일 산적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도 정작 거들떠보지 않는 법안이 하나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 법은 공직자와 그 가족이 100만원 이상 금품이나 선물을 수수할 경우 직무 관련성에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 것이 골자다.
정부와 업계의 불법유착 관계 등 공직자 부패 사슬을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 이 법은 지난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초안을 국무회의에 제시하면서 김영란법이란 별칭이 생겼다. 이후 수많은 논의를 거쳐 2012년 8월 입법예고됐지만 진척이 없다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공전을 거듭한 여야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지난 10월말 '세월호 3법(세월호특별법·정부조직법·유병언법)'에 극적 합의했지만, 정작 김영란법은 조용히 제외시켰다. 전날 세월호 배·보상법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과 비교해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를 두고 여야 모두 김영란법 제정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한 차례 논의한 것을 제외하면, 최근까지 공전을 거듭한 김영란법은 사실상 공중에 붕 뜬 상태다.
여야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대개조' '정경유착 부패 방지' '특권 내려놓기' 등 '개혁'을 한목소리로 말하면서도, 정작 공직사회 개혁을 이끌 김영란법에 이처럼 소극적인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김영란법의 직접적인 대상이 바로 국회의원들 자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범주에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들도 예외일 수 없는 터라, 여야는 부정청탁의 개념과 처벌 가족의 범위 등을 핑계로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다.
결국 당초 원안에서 한참 벗어나 정부가 제시한 수정안이 나왔지만 '누더기'라는 비난을 듣는 상황이다.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초안이 수정됐고 부정청탁의 개념이 완화·축소되고, 예외사유도 늘었다.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의 '의무신고'도 '임의신고'로 바뀌었다.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위원장 정우택)는 권익위에 재차 수정안을 요구해 놓은 상태지만, 정무위 소속 의원들 조차 이번 임시국회 처리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은 "부정청탁의 구체적인 범위와 공직자 포함 대상에 대한 갑론을박이 여전하다"면서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목에 스스로 방울을 달려니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정무위는 8일 오전 이번 임시국회의 마지막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권익위 관련 법안 심사에서 '김영란법'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처리 여부에 따라 김영란법이 또다시 묻힐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용태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권익위에 (김영란법 수정안을) 가져와보라고 했으니 법사위에서 논의를 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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