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미디어허브 합병 의문 투성... "합리적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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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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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석채 전 회장 흔적 지우기 나서나

[KT 로고]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KT가 미래융합사업 준비를 위해 결정한 KT미디어허브 흡수합병을 놓고 시기와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합병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는 인터넷TV(IPTV) 서비스 자회사인 미디어허브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양사 합병기일은 3월 31일이다. 

KT가 표면적으로 밝힌 합병 목적은 경영 효율성 증대 및 위탁운영 비용절감, 주주 가치 제고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흡수합병을 통한 의사 결정의 단일화 외 득보다 실이 많아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KT는 미디어허브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으며 이미 연결 대상으로 실적을 인식하고 있어 실적 변동이 크지 않다. ​특히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감한 현시점에서 KT 그룹이 미디어 사업을 이원화하는 점도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합산 규제와 같은 중요한 사안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흡수합병 결정은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법이 통과되면 KT 그룹의 가입자 순증이 현재 대비 둔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KT 그룹의 방송 가입자 순증은 OTV(IPTV 단독)에 집중됐다. 지난 10월 기준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 가입자는 192만명으로 OTS(IPTV+위성 결합)가입자는 235만명이다. 이 기간 KT의 IPTV 가입자는 573만명으로 KT 그룹의 전체 유료방송 점유율은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면 28.2%다.

IPTV 순증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으로 지난해 하반기(10월까지)만 월 평균 9만3696명(상반기 월 평균 6만6255명)에 육박했다. 반면 스카이라이프의 가입자 순증은 이미 월 5000~1만명으로 최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추이로는 4년 내 중복 가입자를 제외해도 33%에 도달하게 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법이 통과되면 가입자 순증 둔화가 스카이라이프가 아닌 KT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용절감을 고려했다면 KT미디어허브와 KT스카이라이프를 일원화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2014년 프로그램사용료(콘텐츠 소싱)는 1416억원으로 예상된다.

KT미디어허브는 2013년 전체 매출에서 IPTV 사업 부문이 68.9%를 기여했다. 여기서 영업비용 가운데 가장 큰 부문은 콘텐츠구입비다. 총 1701억원으로 전체 비용의 61%를 차지한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콘텐츠 구입은 가입자 숫자와 상관없이 들어가는 고정 비용으로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콘텐츠구입 비용은 큰 폭의 축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KT미디어허브 관계자는 "기존 가입자를 대상으로 가입자당 매출을 올리려는 것"이라며 "합산규제가 되면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넘기지 못하니 내실 강화를 통해 시너지를 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황창규 회장이 이석채 전 회장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KT 내 미디어본부 조직으로 있던 KT미디어허브는 지난 2012년 12월 IPTV를 전략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이 전 회장이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켰다. KT는 영업과 마케팅을, KT미디어허브는 콘텐츠 전략, 운용 등을 담당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비용절감과 시너지를 고려했다면 오히려 KT스카이라이프와 KT미디어허브 합병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 역시 "황 회장은 알토란 계열사로 꼽히던 KT렌탈과 KT캐피탈의 경우도 ICT 역량을 강화를 내세워 매각을 결정했다"며 "KT미디어허브 또한 방송채널 송출 대행사업을 KT스카이라이프에 넘긴 후 법인 청산이 어려워 흡수합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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